'2017 평창겨울음악제' 19일까지 8회 공연 이어져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하얗게 빛나는 설원 위에 첼로와 판소리가 서로 사랑의 밀어(蜜語)를 속삭였다. 첼로와 판소리는 때로는 춘향이, 때로는 이몽룡이 되어 서로를 업고 노닐었다.
지난 15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 평창겨울음악제'의 개막 콘서트.
한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정명화와 명창 안숙선, 피아니스트 손열음, 고수 전계열이 이날 첫 무대에 올라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새롭게 펼쳐냈다.
이날 이들이 연주한 곡은 임준희 작곡의 '판소리, 첼로, 피아노와 소리북을 위한 세 개의 사랑가'. '사랑가' 원형이 가진 해학과 애틋한 정감은 살리되 클래식 선율의 접목을 통해 현대적인 색채감을 살린 곡이다.
검은 바지 정장에 첼로를 든 정명화와 옥색 치마에 보라색 저고리를 받쳐 입은 안숙선, 드레스 같기도 개량 한복 같기도 한 의상의 손열음이 무대에 등장한 것만으로 관객석에서는 "예쁘다", "신기하다"는 자그마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곡 역시 낯선 듯하면서도 듣는 재미가 가득했다.
첼로의 깊은 저음으로 시작돼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라는 판소리 가사가 더해지는 1악장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했다.
중중모리장단으로 이어진 2악장은 밝고 해학적인 분위기였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라는 가사가 없었더라도 판소리와 첼로가 서로를 업고 노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3악장 도입 부분에서는 정명화의 다소 어색하면서도 친근한 이몽룡 연기가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활을 잠시 놓고 마이크를 잡은 채 "춘향아 나도 너를 업고 놀았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달라"고 말하는 정명화에 안숙선은 "무거워서 어찌 업느냐"며 주거니 받거니를 이어갔다.
서정적인 선율과 흥을 오가는 연주에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클래식과 판소리가 어우러진 무대 뒤에는 재즈까지 더해졌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이자 이번 음악제의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된 존 비즐리가 클래식, 블루스, 모던 재즈 등에 걸친 그의 자유로운 음악 세계를 피아노 위에 펼쳐냈다.
마지막 무대는 열정적이고 화려한 연주로 유튜브 상에서도 큰 인기를 끈 피아노 듀오 앤더슨 앤 로가 장식했다.
이번 축제는 오는 19일까지 8차례의 무대로 이어진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워싱턴 인터내셔널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쥔 소프라노 매기 피네건, 최근 서울시향의 첼로 객원 수석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2014년 UNISA 국제 플루트 클라리넷 콩쿠르 우승자 김상윤 등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연주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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