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국에서 지어진 지 가장 오래되고 시설이 낙후한 부산구치소를 확장 이전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전 대상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서부산 균형발전 주요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현재 사상구 주례동에 있는 부산구치소를 엄궁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부산구치소가 1973년 만들어져 전국 교정시설 가운데 가장 낡았고 수용 인원(2천200명)이 정원(1천480명)을 넘은 포화상태가 지속하며 수용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는 총 사업비 1천735억원을 투입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분뇨처리장인 감전동 위생사업소 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부지에 8층짜리 아파트형 구치소 5∼6개 동을 세우고 녹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획이 발표되자 엄궁동 주민들은 이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부산 사상구청이 '구치소 이전 주민설명회'를 엄궁동 주민센터에서 개최하려고 했지만 비상대책위 400여 명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제대로 설명회조차 열지 못하고 무산됐다.
구청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10여 분간 둘러싸여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에서도 지난해 말 부산구치소에 주민들을 초대해 낡은 시설을 보여주며 설득하려고 했지만 반발만 더 샀다.
주민들의 반발은 지역 이기주의도 있지만 부산시와 법무부가 사전에 주민들과 교감 없이 계획을 급작스럽게 발표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주민은 "느닷없고 일방적인 계획은 받아들인 수 없다"면서 "무조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구치소 이전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구치소 이전은 지금까지 모두 3차례나 무산됐다.
2005년 금정구 회동동, 2011년 강서구 화전동, 2012년 강서구 명지동으로 이전하자는 계획이 나왔지만 모두 지역주민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구치소들이 최근 10년 동안 지역을 벗어나 이전되는 '역외이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혐오시설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고, 주변에 구치소 말고 다른 국가시설 유치도 함께 추진되는 만큼 좋은 점을 더 부각해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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