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현지인들은 이름도 모르는데…한국에선 선망의 명품이라니
스위스 인터라켄, 베트남 다낭 콩카페도 한국인들 바글바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현지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지만, 한국에서만 '명품'으로 통하는 제품들이 꽤 있다.
이들 제품은 아주 비싼데도 잘 팔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르투갈 기업이 만든 고급 식기 '큐티폴'은 포르투갈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훨씬 유명하다.
스푼, 포크, 나이프, 젓가락의 4종 세트가 8만원 안팎에 팔릴 정도로 비싸지만,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신혼부부의 필수품'으로 불리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한국에서보다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그보다 더 저렴한 이케아를 더 선호해 매장도 많지 않다.
포르투갈에서 큐티폴 매장을 방문한 오모(37·여)씨는 "현지인은 종업원밖에 없고 고객들은 온통 한국인이어서 한국에 와있나 착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의 유명한 그릇 브랜드 '코스타노바' 또한 현지에서는 매장을 찾기도 어렵지만 국내에서는 '유럽 명품 그릇'으로 소개되면서 비싼 값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드라마에 협찬까지 했다.
홈쇼핑 등에서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고 주부들의 로망이 된 호주 '캄포도마'는 호주에서 들어본 사람을 찾기 힘들다.
향이 탁월하고 곰팡이, 박테리아 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 캄포나무로 만들었다며 국내에서는 일반 도마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몇 년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호주에 거주하는 허모(28)씨는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가끔 캄포도마를 어디서 사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고, 주변에 쓰는 사람도 없다"며 "호주에서는 일반 대나무 도마나 참나무 도마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인 리버스사의 텀블러 '마이보틀'도 한때 한국의 '국민 보틀'이었다.
가격이 1만9천900원으로, 텀블러치고 전혀 저렴하지 않은데도 한국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어 일본 직구를 하거나 일본 여행을 가는 지인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 소품 샵 '투데이이즈스페셜' 매장은 마이보틀을 쟁취하려는 한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매장은 1인당 2개로 판매 개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외국 제품이 아닌 해외 도시, 카페 등 중에서도 물가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유난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 있다.
인터라켄은 유럽에서도 손꼽히게 물가가 비싼 스위스의 도시인데도 아무 데나 가도 한국어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특히 '인터라켄 백패커즈'와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은 숙박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어서 4인실 혹은 6인실 숙박객이 전부 한국인인 경우가 종종 있는가 하면 한국인들끼리 저녁에 모여 '삼겹살 파티'를 하기도 한다.
코코넛 커피로 유명한 베트남 다낭의 '콩카페'는 커피 값이 베트남 평균보다 비싸지만 한국 사람들로 붐빈다. 방문객들은 '이곳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모르겠다'고 한마디씩 하곤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외제품에 대해 지나친 선망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산 물건도 이제는 꽤 좋은데, 한국사람들이 외국산 콤플렉스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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