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언론인 "김정남, '중국선 보호해주지만 귀찮다' 말해"

입력 2017-02-16 18:17  

[인터뷰] 日언론인 "김정남, '중국선 보호해주지만 귀찮다' 말해"

고미 도쿄신문 편집위원 "사람 좋아하나 성격 꼼꼼하진 않아"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고미 요지(五味洋治)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1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정남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인터뷰 내용을 모아 2012년 초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출간한 그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그동안 김정남을 만나면서 느낀 점을 담담히 소개했다.






다음은 도쿄신문사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문답 요지.

-- 피살 소식은 언제 들었나.

▲ 13일 밤 8시쯤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지인들로부터 보도 내용을 들었다.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 처음 들은 순간 떠오른 생각은.

▲ 상상이 안 됐다. 그분에 대한 소문이 많았으니 혹시 오보 아닐까 생각했다. 한 번 더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중국이 최근에 김정남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 2015년 봄에 그가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싱가포르에 갔었다. 거기에 확실히 있었다. 그는 고급 호텔의 한국식당이나 일본식당에 간다. 그때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레스토랑에 갔다. 호텔 카지노 옆 고급 일식당이다.

종업원들이 '김 선생'으로 다 알고 있더라. 그는 친근하게 대했으며, 종업원들과 식사도 같이 했다. 김정남 아들 한솔과도 식사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 주로 정치나 북한에 대해 얘기했다고 한다.

- 김정남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없었는가.

▲ 보통은 예약을 해야 하는데 김정남은 예약도 하지 않고 갑자기 왔다고 한다. 여자와 같이 오기도 했단다. 다른 사람 안 보이게 그 음식점에 와서 개별실서식사했다는 것이다. 그때 이미 신변의 위험을 느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식당 직원들도 김정남이 특이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했단다. 아주 고급식을 주문해서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서비스 맨션에서 살았다고 한다. 매일 설거지와 청소를 해주는 곳이다. 그런데 살고 있다고 들었다. 싱가포르에 가서 그가 살았다는 곳을 찾아가 보니 이사했다고 한다.

-- 당시 인상에 남는 발언이 더 있는가.

▲ 직원들 말이 김정남 씨가 '중국에 있으면 생활비 주고 보호도 해주는데 좀 귀찮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다. 감시를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단다.

--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됐는데, 최근 그가 중국을 오래 떠나 있었나.

▲ 작년 여름쯤 중국 매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시 베이징 공항 주변 아파트에서 김정남을 봤다는 전화가 두세 번 왔었다.

중국에 돌아갔다면, 다시 한 번 중국과 협조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 김정남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자주 다녀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지인을 만나거나, 사업을 위해 다녔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사업도 많이 하는데, 장성택과 장성택 계열 사람들이 비자금을 두고 있고, 김정남이 그 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김정남은 사업체를 간접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정남은 실제 나에게 '중남미에 회사를 갖고 있고, 유럽에서 돈을 벌어, 동남아에 투자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 마지막으로 김정남을 본 것은 언제인가.

▲ 2011년 5월에 북경의 한 호텔 바에서 만났다. 직접 만난 것은 세 번이다.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호텔 바에 있으니 오라'고 해서 갔더니 술에 취해 나를 기다리더라. 바텐더와 아주 친한 사이고, 옛날부터 친구라고 소개까지 해줬다.

그때 정치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김정남이 하지 말자고 하더라. 친구 사이는 아주 소중하다. 여러 나라에 친구가 많다는 등이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이야기 하는 동안에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도 많이 왔다. 김정남은 메시지에 답장도 했다. 인상적인 것은 당시 '북한이 어떻게 될까요. 남북관계 어떻게 될까요' 질문했더니 '결국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웃으면서 '그동안 많은 추측들이 있었는데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가 자기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 성격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북한의 경제나 정치시스템, 세습에 대해 질문하면 꼭 대답하고 그 뉴스는 인터넷을 통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라. 매일 뉴스 보는 것 같았다.

그가 3대세습 반대하고 김정은이 걱정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마음 속에는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어도 (자신은)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 김정은에 의한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에 의해 살해가 이뤄졌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김정남은 혼자 돌아다닐 경우가 많다. 공항이 아니더라도 자주 가는 집은 정해져 있다. 잘 지켜보고 있으면 가게를 떠나 돌아가는 길에 어두운 거리에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시나 일부러 김정은 체제 비판자와 반대자, 고위 탈북 인사들에 대한 어나운스먼트(경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닌가 싶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공항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부러 잔인하게 저지른 것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이 해임됐다. 그런 것의 영향을 받아 아래 사람들이 김정남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일종의 충성경쟁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시기(시점)를 많이 생각하지 않고 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 김정남은 3대세습 비판발언에 대해 추후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내가 책을 출간한 이후 김정남과 연락은 끊겼지만 (그 전에) 앞으로는 당분간 민감한 화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좀 맞아떨어진다. 그 시기(2012년께)에 스탠딩오더에 대해 본인도 느낌이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이다. 저도 마음이 아픈 부분이 많다.

-- 김정남이 후계자에서 배제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을 뭐라고 보나.

▲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수용하라고 주장하다가 미움을 산 것이 아닌가 한다. 김정일에게 질책받은 뒤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해서 1995년 베이징으로 나가 살게 된 것이다.

-- 김정남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 김정남이 적어도 5번 일본에 왔다고 한다. 도쿄 아카사카(赤坂) 술집에서 술을 먹었는데, 거기 가면 조선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사람도 있고 한국사람도 있고, 일본사람, 미국사람도 온다. 그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같이 술을 먹을 수 있다. 그런 시대가 오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 성향이 있어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북한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았던 같다.

-- 김정남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아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분이 외로운 생활을 해와서 사람을 좋아했다. 계속 여자가 옆에 있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 아니냐. 그 분이 외로움에 약한 사람이므로 이해가 간다. 자연스러운 생활을 좋아했다. 자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돌아다니다 이번 비극이 생긴 것 아닌가 생각된다.

-- 말레이시아 공항은 경비도 허술하고 한데 왜 조심하지 않았을까.

▲ 그분이 성격이 그렇게 꼼꼼한 타입이 아니다. 좀 대충대충 하는 사람이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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