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달 초부터 한국 경제의 '4월 위기설'이 뜬금없이 금융시장에 나돌고 있다. 정부도 내심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 "아시아에서 환율조작을 하는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중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 대만, 싱가포르"라면서 "이들 국가의 시장 개입 흔적은 명백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미국에 의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부추기는 듯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5일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FT에 보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류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월 위기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동의하기 어려운 섣부른 판단"이라고 답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위기설과 함께 거론되는 대우조선 유동성 문제와 관련, "회사채 만기 일정을 알고 있고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위기설'의 뿌리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대우조선의 회사채 만기이다.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들 두 악재가 공교롭게도 4월로 예정돼 있는 것이다. 위기설이 대개 그렇듯이 이번에도 이렇다 할 만한 근거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올해가 '10년 주기설'에 맞아떨어진다는 식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환율 문제가 그래도 현실성이 더 높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의 수출이 줄면 그 타격의 상당 부분은 한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추가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한테 미치는 충격이 훨씬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작년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대만 등 5개국과 함께 한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근거가 부실한 위기설이라도 시장에 널리 퍼지면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가능성이 낮은 위기설이라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지금 그런 위기설이 제기되는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위기설은 대부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나온다. 지금 한국의 국내외 상황이 그렇다. 국정혼란 속에 국가 리더십은 약해져 있고,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김정남 암살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은 잔뜩 고조된 상태다. 그밖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2%대의 저성장 기조, 1천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악재들이 널려 있다. 경제 위기설이 실제 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상당히 높은 환경인 것이다. 근거가 약한 소문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차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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