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北정찰총국 소속 포함돼" vs "살인 청부 받아…모두 몰랐던 사이"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하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 초기에 여성 용의자 2명을 검거했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거된 용의자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제3국 국적자로 확인된데다, 김정남을 모른다거나 다른 사람의 지시로 범행에 나섰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올랐으나 행적이 묘연한 4명의 남성 용의자들이 사건의 배후를 캐는 데 핵심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17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검거한 2명의 여성 가운데 1명은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1명은 인도네시아 국적자로 확인됐다.
그러나 체포된 여성 용의자들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거나 용의선상에 오른 다른 남성으로부터 승객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진술 등을 내놓았다.
따라서 이들 여성 용의자들을 통해 북한의 개입 여부를 포함한 사건 배후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심은 4명의 잠적한 남성 용의자들에게로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당일 공항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던 2명의 여성 용의자들 이외에 4명의 남성 용의자들이 더 있다고 보고 이들을 추적해왔다.
그러나 여성 용의자들이 사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 등에서 뜻밖에 쉽게 검거된 것과 달리, 4명의 남성 용의자들은 그동안 공개된 CCTV 영상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또 이들 4명의 용의자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는 엇갈리고 있다.
4명의 남성 가운데 북한 공작원 등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과 이들 역시 특정 국가 정보기관 요원이 아닌 살인 청부 업자에 불과하다는 설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4명의 남성 용의자 가운데 40대 남성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인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기구다.
반면, 현지 중국어 신문인 동방(東方)일보는 현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4명의 남성이 모두 특정 국가 정보기관 소속이 아니라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일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또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말레이시아 보안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용의자로 지목된 2명의 여성과 도주중인 4명의 남성은 청부암살자들로서 범행을 공모하기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던 사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배후설이 '추측'에 불과하다는 말레이시아 부총리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 그저 추측"이라면서 "말레이시아 땅에서 발생한 그의 죽음은 두 나라(말레이시아와 북한)의 현재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히드 부총리의 이 발언은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용의자들의 면면 등을 고려하면, 자히드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말치레' 차원을 넘어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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