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히든카드' 통했나…"최순실 지원, 경영권 승계' 전략 주효
삼성 합병 초점 1차 영장과 달리 경영권 완성 '큰그림' 제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법원이 19시간의 심사 끝에 17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대한 자금 지원을 뇌물로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이 꺾인 뒤 '심기일전'의 심정으로 삼성과 청와대 간 '부당 거래' 의혹의 입증 수준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최씨 측에 433억원이라는 '역대급' 금전 지원을 한 배경에 단순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원을 넘어 '경영권 승계 작업 완성'이라는 더 큰 그림이 있다는 판단 아래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식 매각,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추진 과정 등을 들여다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검은 특히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경영권 공백과 3세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한 가운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2014년 9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모두 경영권 승계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힌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39권에도 관련 정황이 비교적 상세히 드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특검이 대가 관계의 범위를 넓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을 대폭 보강하면서 '부정 청탁'이나 '대가성' 등으로 구성되는 뇌물 혐의 소명이 한층 탄탄해졌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언급한 것도 이와 맥이 닿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합병 이슈에 초점을 맞춘 첫 영장과 달리 경영권 승계 전반을 대가 범위 안에 포함해 삼성의 부정 청탁과 최씨에 대한 금전 지원 사이를 연결하는 논리가 명확해진 게 승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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