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과 인터뷰에서 강조…"팀 동료 조언으로 그만둬"
"메이저리그 투수 공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스플릿 계약을 맺은 수많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
시즌 개막을 메이저리그에서 치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미국 야구팬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홈런을 친 뒤 타구를 지켜보고, 또 방망이까지 휙 집어 던진 '배트 플립' 동영상이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황재균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5년 7월 2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서 1-2로 끌려가던 9회초 김진성으로부터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한 손을 놓으며 툭 잡아당긴 공은 왼쪽 폴대 쪽으로 날아갔고, 황재균은 홈 플레이트에서 몸을 기울이며 타구를 지켜보다 홈런을 확인한 뒤 배트를 공중으로 던지고는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가 홈런을 친 뒤 타구를 감상하거나, 배트를 던지는(배트 플립) 등의 행위를 삼간다.
메이저리그 타자 역시 극적인 상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배트 플립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만약 동영상 속 황재균과 같은 배트 플립이 메이저리그에서 나온다면, 타자는 다음 타석에서 공에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황재균은 미국 언론으로부터 배트 플립에 대한 질문을 꼭 받는다.
하지만 황재균은 17일(한국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작년 홈런 27개를 치면서 한 번도 배트 플립을 안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배트 플립을 그만두게 된 계기는 함께 롯데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짐 아두치, 조시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의 조언이다.
황재균은 "2015년까지 감정을 마음껏 표현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고는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는 타자의 배트 플립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팀 동료가 미국에서 같은 행동을 하면 투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해줬다. 그 이후 난 배트 플립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배트 플립을 하든 안 하든,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치려면 이번 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현재 마이너리그팀 소속인 황재균은 초청선수 신분으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며, 여기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
황재균의 주 포지션은 3루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가 내야 다른 포지션과 외야까지 소화해주길 기대한다.
이번 겨울 1루수와 외야수까지 준비한 황재균은 "모든 포지션에서 연습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플릿 계약을 맺은 뒤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올라가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황재균은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기회가 왔고, 그걸 놓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 투수의 공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황재균은 시즌 개막 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하면 FA자격을 취득한다는 '옵트 아웃' 조항을 포함했지만,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황재균의 의욕적인 모습에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그는 한국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내고 이곳에 왔다. 한국에서 온 몇몇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스윙을 가진 선수"라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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