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찰학교 289기 신임 경찰관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치돼 현장실습 중이던 엄요한(27) 순경은 이달 5일 "한 남성이 길 가던 70대 노인을 폭행한 뒤 도주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즉시 현장으로 달려간 엄 순경은 피의자 인상착의를 전해 들은 뒤 인근에서 폭행 피의자를 찾았다. 40대 남성인 피의자는 피해 노인에게서 빼앗은 등산용 스틱으로 강하게 저항했으나 이내 엄 순경에게 제압당했다.
피의자는 길을 가다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사정없이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틀 전 도봉구에서 발생한 존속살인 사건 용의자로 경찰이 뒤쫓던 인물이었다. 엄 순경이 출동해 그를 검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었다.
17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엄 순경을 비롯한 제289기 신임 경찰관 2천163명이 34주간 교육을 마치고 경찰관으로 첫발을 뗐다. 일반 1천498명을 비롯해 전·의경 특채 178명, 경찰행정학과 특채 81명, 무도 등 경력자 181명이다.
이들 가운데는 엄 순경처럼 교육생 시절부터 남다른 적극성과 현장 감각을 보여준 이가 적지 않다.
이택영(28) 순경은 한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상습적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산다"는 말을 듣고 현장에서 인화물질 등 증거를 수집, 거주자를 방화 혐의로 체포하는 공을 세웠다.
중앙경찰학교는 기수마다 2천명가량 되는 많은 인원을 배출하는 만큼 졸업생들의 면면도 늘 다채롭다.
2006·2010년 아시안게임 태권도 2관왕으로 형사를 꿈꾸며 경찰에 투신한 이성혜(34·여) 순경,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베트남 태권도 대표팀 감독에서 경찰관으로 변신한 정진희(32·여) 순경 등이 그렇다.
프로게이머 출신 이광호(25) 순경, 국제평화지원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경찰특공대원이 된 나광열(32) 순경, 공군에서 14년간 수송기를 정비하다 경찰 항공요원으로 새출발하는 심경환(35) 순경 등 다양한 이력 보유자들도 있다.
쌍둥이 형제 고종건·고종규(25) 순경은 먼저 경찰에 입문한 형 고종훈(28) 순경과 함께 '경찰관 3형제'가 됐다. 구지원(35·여) 순경은 세 자녀를 키우는 가운데서도 경찰을 꿈꾼 끝에 마침내 무궁화 봉오리 2개를 달았다.
졸업식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와 졸업생 가족 등 1만여명이 참석해 신임 경찰관들의 출발을 격려했다.
이철성 청장은 "불법과 타협하지 않고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경찰, 정의로운 사회와 활력 넘치는 현장을 선도하는 믿음직한 경찰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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