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독살' 배후 밝혀질까…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입력 2017-02-17 11:11   수정 2017-02-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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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독살' 배후 밝혀질까…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시신 인도' 방침 밝힌 말레이 정부, 北과의 관계 고려하는듯

진상규명보다 '봉합' 우려 제기…청부살인 배후규명 난항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의 배후는 밝혀질 수 있을까.

말레이시아 당국은 시신 부검, 용의자 체포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사건이 '외교적 고려'에 의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국가정보원의 설명과 국제공항에서의 독살이라는 대담한 수법 등에 비춰 북한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2명이 체포됐지만 제3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거나 제3국적자로 드러나면서 '다국적 청부 암살단'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4명의 남성 용의자들도 17일 현재까지 검거되지 않고 있어 배후가 북한이라도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말레이시아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검거한 여성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은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인도네시아 국적자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위조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제3국적자일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최근 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외신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16일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 그저 추측"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요구한 김정남 시신 인도와 관련해서는 "모든 경찰(수사)와 의학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 (북한) 대사관을 통해 가까운 친족에게 시신을 보낼 수 있다"면서 "말레이시아 땅에서 발생한 그의 죽음은 두 나라(말레이시아와 북한)의 현재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히드 부총리는 "김정남의 시신을 해부했지만,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물론 어떤 예단도 없이 철저한 증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측의 태도는 원칙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사 초기 단계에서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시신 인도 의사를 서둘러 표명하고, 또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외교적 분쟁과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과 달리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국익 우선'이라는 외교적·정무적 판단에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건의 진상규명보다는 봉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말레이시아는 남북한 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외교노선을 보여 왔고 북한과 상호 무비자 협정을 맺을 정도로 사이가 가까운 편이다.

북한은 이번 사건의 가장 강력한 배후로 의심을 받고 있지만 사건 발생 닷새째인 17일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검 전부터 시신 인도를 요구하는가 하면, 물론 말레이시아 당국이 부검한 상황이지만 가장 중요한 증거 가운데 하나인 시신의 화장을 말레이시아 측에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증거인멸 시도로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남 독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흐지부지되거나 충분한 진상규명 전에 시신을 인도할 경우 우리 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와 미국, 김정남의 보호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 등 관련국이 치열한 정보전과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수사가 최종 결론을 향해 갈수록 정보전과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말레이시아 측과 물밑 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측의 김정남 시신 인도 언급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정부)는 이번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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