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에 사는 앤디 샌드니스와 캘런 로스. 야외 스포츠를 좋아했던 두 남성은 21살 때 각각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샌드니스는 턱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고, 로스도 총기 자살을 택했다.
결과는 달랐다. 방아쇠를 당긴 즉시 자신이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은 샌드니스는 출동한 경찰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병원에 긴급 수술을 받고 살아남았다. 대신 코와 턱을 잃었고 치아는 2개만 남았으며 왼쪽 시력 일부도 잃었다.
로스는 운이 나빴다. 그는 임신 8개월이던 두 살 아래 어린 아내를 두고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생면부지의 두 남성은 그러나 이 끔찍한 비극 후에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인연을 맺게 된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로스의 얼굴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게 된 샌드니스의 사연을 소개했다.
샌드니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2006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이었다. 이후 그는 4개월간 8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다리와 엉덩이 피부, 근육 등을 이용해 턱 일부를 재건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의 삶은 쉽지 않았다. 밖에 나갈 때마다 혹시 아이들을 겁먹게 할까 봐 눈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사회생활도 거의 없었다.
입은 숟가락이 들어가기에도 너무 작아 음식을 잘게 잘라 먹어야 했고, 인공 코는 바깥에서 자꾸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2012년 담당 의사는 그에게 안면 이식을 제안했고, 고민 끝에 그가 이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5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그는 공여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로스였다. 로스의 아내 릴리는 남편의 뜻에 따라 그의 심장과 간, 폐, 신장을 기증했고, 병원 측의 제안에 망설이다 얼굴 기증도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6월 미네소타 주 메이오 클리닉에서 56시간에 걸쳐 안면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자살 시도 10년 만에 새로운 얼굴을 얻은 샌드니스는 "코와 입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며 스테이크와 피자 먹는 법을 다시 익히고 있다고 전했다.
샌드니스는 로스의 아내 릴리와도 연락하고 있다.
작년 가을 릴리는 그에게 "로스는 주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고 편지를 보냈다. 릴리는 나중에 샌드니스의 사진을 보다 그가 로스와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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