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품격 높이려 젊은 경비원 찾지만 저임금·허드렛일로 '이직' 잦아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의 일부 신축 아파트가 아파트 품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젊은 '훈남 경비원'을 구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분양한 울산의 한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보안업무를 맡을 경비원으로 '비교적 젊고 보기에 괜찮은' 사람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의 얼굴인 경비실에서 젊은 경비원이 입주민이나 손님을 맞으면 아파트의 품격이 올라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최근 분양한 일부 주상복합아파트 등에서 비교적 젊은 경비원을 채용한 경우가 많다.
남구의 한 아파트는 5년 전 입주 때부터 아파트 보안요원을 20∼40대로 채용했으며, 이를 지켜본 주변 아파트에서도 젊은 층으로 경비원을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은 나이 든 경비원보다 특별히 높지 않은 실정이다.
또 보안업무만 하게 돼 있으나 입주민 심부름, 풀 뽑기 등 허드렛일까지 시키면서 젊은층들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가 빨리 이직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경비원을 했던 김모(33)씨는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안업무만 하면 된다고 해 취업했다가 2주일 만에 그만뒀다"면서 "아파트 경비도 밤샘 교대근무로 힘이 들었는데, 청소나 심부름 등을 시키고 월급도 많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관리업체에서는 입주민들이 젊은 경비원을 희망할 수 있지만, 근무조건이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간 일할 '훈남 경비원'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관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노인을 경비원으로 채용한 경우가 많지만 최근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젊은층을 경비원으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비업무 자체가 힘들고 입주민들이 잡다한 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구직자가 많지 않다"며 "처우를 개선하면 경비원을 천직으로 삼으려는 젊은 훈남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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