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밀라노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 두오모(대성당)가 야자나무로 인해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밀라노 시민들은 15일 두오모 광장 주변에 40여 그루의 야자수가 뜬금 없이 등장한 것을 발견하고 눈을 의심했다.
외래종인 야자수는 시칠리아, 로마 등 기후가 온화한 남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겨울 날씨가 혹독한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생소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밀라노 대성당과 야자수가 빚어내는 풍경이 기괴하다는 의견이 쏟아지며 두오모 광장의 야자수는 곧바로 찬반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인 파올로 페이로네는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도심 녹지 공간의 나무가 꼭 자생종일 필요는 없지만 두오모 광장에 야자수를 심는 것은 나로선 신고딕 양식적인 어리석은 짓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자수는 북부 이탈리아의 정체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거저 이국적인 느낌을 줄 뿐"이라며 "두오모 광장은 텅빈 소금과 같은 공간으로 유명하다. 이 공간을 고안한 건축가 피에로 포르타루피의 이런 비전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야자수들이 두오모 광장 주변의 녹지공간을 재단장하는 차원에서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주도로 심어진 것도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독립적인 바 문화가 발달해 있는 이탈리아에 스타벅스가 진출하면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가 획일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두오모 광장 주변을 비롯해 밀라노 시의 일부 녹지공간 보수를 위한 입찰을 따냈고, 밀라노 시내 곳곳에 야자수뿐 아니라 바나나 나무도 심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민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두오모 광장에 야자수와 바나나라니! 이제 낙타와 원숭이만 있으면 이탈리아 속에 아프리카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하며 냉소했다.
살비니 대표는 내년에 밀라노와 로마를 중심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인 스타벅스가 앞서 이탈리아 점포에서 수 천 명의 난민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며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지켜보자"로 말했다.
한편, 라 레푸블리카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찬반 투표에서는 두오모 광장의 야자수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 쪽을 63%(2천385명)대 33%(1천257명)로 압도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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