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 역설'…준 사람들 줄줄이 구속, 받은 정유라는 '버티기'

입력 2017-02-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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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의 역설'…준 사람들 줄줄이 구속, 받은 정유라는 '버티기'

이대 교수들 이어 이재용도 구속…정유라는 48일째 송환 거부

덴마크 검찰, 송환 결정해도 정유라 소송 벌이며 장기전 태세

(올보르<덴마크>=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한국 특검으로부터 송환 요구를 받는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올보르 구치소에 구금된 가운데 17일로 48일째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정 씨는 특검으로부터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 삼성의 승마지원을 빌미로 한 제3자 뇌물공여 연루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정 씨는 '불법지원과 특혜의 수혜자'라는 의혹을 사고 있지만 범죄인 인도(송환) 절차라는 국제법의 사각지대에서 법적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흑심'이 있어서든, 타인의 압력에 의해서든 정 씨에게 불법 특혜를 제공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법의 심판대에 서는 처지에 놓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특검과 삼성 측의 치열한 법리 싸움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7일 구속되면서 불법 특혜를 '준 자'와 '받은 자' 간의 대비가 극명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앞서 정 씨를 이화여대에 부정하게 입학시키고 학점 특혜까지 준 혐의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비롯해 5명의 교수가 줄줄이 구속돼 대학 연구실 대신 구치소에 수감돼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물론 정 씨도 덴마크 경찰에 체포돼 올보르 구치소에 구금된 상황이지만 한국 송환 여부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서 신체의 자유를 속박 받고는 있지만 귀국했다가 구속돼서 한국의 구치소에서 지내는 것과는 천양지차의 생활이라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특혜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불법 특혜를 준 사람은 처벌되고, 받은 사람은 면죄부를 받느냐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 검찰은 오는 20일이나 21일께 정 씨에 대한 송환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검찰은 그동안 한국 특검이 보내온 범죄인 인도(송환)요구서에 나열된 정 씨 혐의와 현지 경찰의 대면조사 결과, 한국 특검에 추가로 요청해 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정씨가 강제송환 대상인지 면밀히 검토해왔다.

검찰은 사실상 정 씨를 송환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동안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송환을 결정할 경우 정 씨가 이에 불복,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할 것이 확실시돼 법정싸움에서 송환 결정이 뒤집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물론 검찰이 한국 특검에 요구한 자료를 금주 초에나 받은 점을 이유로 내세워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연장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든 검찰이 내주 초든, 그 이후이든 정 씨의 한국 강제송환을 결정하더라도 정씨가 이에 불복해 소송전이 시작되면 정 씨의 송환은 불투명해질 수 있고, 성사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 씨는 최소한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두 차례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끌 수 있고 이후에도 송환을 거부하기 위한 각종 편법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 달 보름 이상을 구치소에서 지내고 있는 정 씨는 변호인과 수시로 만나 검찰의 송환 결정이나 향후 소송 대책을 수차례 논의했고, 21개월 된 아들과도 몇 차례 면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그러나 지난달 30일 법원에서 구금 재연장을 결정한 이후에는 주덴마크 한국대사관에 일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사관측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정씨가 영사면회를 요청하기 전에는 정 씨를 접촉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구금 재연장 심리에서 정 씨는 주덴마크 한국 대사가 자신의 전남편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며 송환을 압박했다고 주장,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최재철 대사가 정 씨에게 그런 얘기를 전한 사실도,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다만 대사관 직원이 정 씨를 면회했을 때 정 씨가 먼저 그런 사실을 물어와 답변해준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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