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계부채 12조6천억달러…글로벌금융위기 수준 '육박'
주택담보대출은 줄었지만 학자금대출·자동차담보대출 증가 탓
가계부채 연체율은 크게 개선돼 위기 가능성은 낮아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미국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은 줄고 있지만 학자금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오토론)이 증가한 것이 이유로 지적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에만 미국의 가계부채는 2천260억 달러(약 260조 원)가 늘어나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2조6천10억 달러(약 1경4천500조 원)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9월 말과 비교하면 불과 990억 달러 모자라는 수준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안에는 미국인의 가계부채 잔액이 금융위기 때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번 통계에는 물가상승률이 고려되지 않아 잔액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가계부채의 비율은 작년 말에 67% 수준이어서 금융위기 당시 85%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가계부채를 부문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을 압류당하거나 아니면 서서히 빚을 갚은 덕분에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주택담보대출은 1조5천억 달러가 줄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도 금융위기 이전에는 분기당 6천∼7천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3천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90% 이상 줄었으며, 작년 말 기준 신규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도 2007년보다 80% 이상 낮다.
하지만 학자금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부채 잔액은 많아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학자금 대출 잔액이 5천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학비상승 등에 따라 2013년에 1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작년 말에는 1조3천억 달러가 됐다.
자동차담보대출도 2010년 무렵부터 오르기 시작해 2015년에 1조 달러를 넘었고 작년 말에는 1조2천억 달러로 불었다. 자동차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은 금리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신용도가 낮은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 가계부채의 연체율은 계속해서 떨어져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연체율은 4.8%에 불과해 2009년의 11.9%에는 크게 못 미쳤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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