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포 셰어링' 채택에 아카데미프랑세즈·공쿠르 "법원에 제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영어로 된 올림픽슬로건을 채택하자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큰 프랑스 문화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최고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Le Prix de Goncourt)을 수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와 학술단체 아카데미 프랑세즈 등은 자랑스러운 프랑스어를 버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언어'로 슬로건이 제작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주간 렉스프레스와 RTL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아카데미 프랑세즈 등 3개 단체는 슬로건 '메이드 포 셰어링'(Made for Sharing)이 1994년 제정된 프랑스어 보호를 위한 법률에 위배된다면서 파리올림픽유치위원회를 20일 파리 행정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함께 나누자는 의미를 담은 이 영어 슬로건이 프랑스어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같은 뜻의 프랑스어 표현인 '브네 파르타제'(Venez Partager)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소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위원장 베르나르 피보는 RTL 방송에 출연, "영어와 불어 두 개 슬로건을 쓸 수는 있다"면서도 "2024년 올림픽 개최지로 파리가 결정되면 거리와 TV·라디오 등에서 보게 될 슬로건은 불어 슬로건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평론가로 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지닌 피보는 "전 세계 프랑스어권의 수도인 파리가 셰익스피어의 언어이자 도널드 트럼프의 언어에 고개를 숙인 것"이라며 "실수이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도 논평을 내고 해당 슬로건이 피자나 과자 등의 상업광고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프랑스인, 특히 프랑스 문화계의 모국어 사랑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최근에는 영어와 불어를 함께 쓰는 '빌랑그'(bilangue) 학교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프랑스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로 '언어'를 꼽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올림픽유치위 측은 세계인들의 마음에 다가가려면 영어 슬로건이 더 적합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이웃 국가이자 숙명의 적수인 영국 런던에 패한 이유 중 하나로 슬로건이 너무 프랑스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파리가 제시한 슬로건은 영어로 'Love of Games' 정도로 번역되는 '라무르 데 쥬'(L'amour des Jeux)였다.
현재 2024 하계올림픽 유치전에는 현재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경합하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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