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국산 백신 생산해도…효능과 방어범위 문제 있다"(종합)

입력 2017-02-18 12:48  

"구제역 국산 백신 생산해도…효능과 방어범위 문제 있다"(종합)

백신정책 7년째인데…"구제역 상존 가능성, 100% 방어 못해"

전문가들 "백신 부작용 있을 수 있다…지나친 의존 안돼"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구제역이 '연례 행사'처럼 굳어지자 7년 차에 접어든 정부의 백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구제역이 이미 국내에 상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과 함께 백신의 부작용 및 효능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자연 항체' 지속 검출…구제역 상재화?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최근 3년간 국내 가축 농가에서는 이른바 '자연 항체'인 NSP(Non-structural protein·비구조단백질) 항체가 꾸준히 검출됐다. 다만 지난 1월에는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NSP 항체는 백신 접종이 아닌 자연 감염 후 10~12일 이후 동물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항체다. 이 바이러스가 검출은 해당 농장이나 도축장 등 관련 시설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동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바이러스 박멸'이 목표인 살처분 정책과 달리 백신을 놓는다는 것은 바이러스 상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증상은 없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배출되는 무증상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김현수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백신을 완벽하게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골고루 형성되지 않고 면역력이 약한 동물 등 소수의 개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무증상 감염 상태로 '스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NSP가 지속해서 검출된다는 것은 소수의 개체가 감염돼 있다는 뜻이고, 이는 백신 놓는 나라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구제역이 상재화 혹은 토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검역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장인 이중복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도 "상재화됐다고 판단하려면 같은 바이러스가 꾸준히 발생했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동물 체내에 침입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바이러스는 1년 이상 생존하지 못하며,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도 잔존 바이러스가 아닌 해외에서 새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백신, 효능 좋아도 100% 방어 못해"…부작용은 문제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의 효능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감기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듯이 구제역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백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백신 제조사들도 자사의 백신 효능을 파악할 때 16마리 소에 백신을 접종한 뒤 3주 뒤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강제로 주입하고, 이중 12마리만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면 효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당초 100% 방어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백신접종을 제대로 해야만 방어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교과서대로' 백신을 놓더라도 완벽히 방어하기 힘들다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양돈수의사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6 구제역 대책 수립을 위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출하되는 돼지 두수 가운데 이상육(異狀肉) 발생률은 백신 2회 접종군에서 73.7%로, 미 접종군(약 18.6%) 비해 4배 높았다.

또 연간 도축두수를 1천600만두로 가정하고, 1마리당 백신 비용을 2천원으로 가정하면, 2회 접종으로 인한 이상육 손실액은 2천780억원으로 추산됐다.

소 농가에서는 유산을 우려하거나 젖소의 착유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우려해 주기적인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직접적인 부작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검역본부도 최근 백신의 이상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국산 백신, 대안 아냐…농가 교육·소독부터 철저히"

최근 거론되는 백신 국산화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현규 양돈수의학회장은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이 현재 사용 중인 수입산보다 효과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국산 백신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유형이 들어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져 경제성의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의학박사인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앞으로도 백신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생산한다면 어느 정도 수입 대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러스 분리주로 백신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만든다 하더라도 방어 범위가 너무 좁아 우리나라 전체 백신으로 쓰기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백신공장을 세울 경우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밝생한다는 의견도 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해 백신 수입 등에 700억원의 예산을 쓰는데, 수입해서 쓰는 게 나을지 공장을 짓는 게 나을지 비교해야 한다"며 "영국 구제역 백신 공장에서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정부로서는 돈을 들여 우리나라 안에 구제역 바이러스 폭탄을 안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백신 접종과 함께 기본적인 차단방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거점소독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무리 좋은 소독제라도 바이러스가 언 상태에선 효과가 있기 힘들어 반드시 뜨거운 물로 세척 후 소독액을 뿌려야 제대로 된 방역이 된다"며 "모든 농가가 소독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농가 출입 차량이 드나드는 사료공장과 도축장에 소독 시설 설치와 같은 투자가 이뤄져야 구제역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농가에 알기 쉽게 백신 접종 방식을 알려주고, 백신만큼이나 차단 방역에도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가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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