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백두산 일대에서 30년 가까이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팔순 노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중국길림망에 따르면 벌목공 출신의 자오시하이(趙希海·80)씨는 1989년 은퇴 이후 자신이 사는 지린(吉林)성 남동부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 일대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까지 4만6천여 그루를 식목했다.
자오 씨가 28년 전 처음 심은 나무는 하늘을 찌르는 큰 나무가 됐고 백두산 일대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보호림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그가 나무를 심은 계기는 지린성 화뎬(樺甸)시 훙스(紅石)임업국 소속 벌목공으로 일하면서 어느 날 깨달은 사실 때문이었다.
자오 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광부가 됐다가 벌목공으로 전직해 스무살부터 은퇴할 때까지 30년을 일했다"며 "수령 100년 이상되는 나무를 베어내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내가 자연을 파괴했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48세 되던 해 주위에 가득하던 나무가 모두 사라지고 산이 민둥산으로 바뀐 모습에 나 자신을 죄인이라고 여기게 됐으며 속죄하는 심정으로 죽을 때까지 1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심을 즉시 행동에 옮겨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처음으로 나무를 심었다.
이후 은퇴하면서 본격적인 식목에 나서 1989년부터 지금까지 나무를 심은 면적만 13만3천여 ㎡에 이른다.
처음엔 예전 근무처인 임업국에 부탁해 묘목을 얻고 자신과 동료들이 나무를 벤 장소를 식목장소로 정했으나 나무 심을 면적이 늘면서 집 근처에 작은 농원을 차리고 스스로 묘목을 가꾸게 됐다.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알게 된 황사 발생지, 홍수피해지, 난개발이 이뤄지는 장소를 찾아가 나무를 심었다.
나무 심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야산에 생계를 위해 나무 대신 인삼이나 다른 곡물을 심으려는 농부들과 마찰이 잦았다.
자오 씨는 "다른 농부들이 '왜 돈도 안되는 나무를 심어서 생업을 방해하느냐'고 항의했다"며 "(나무심기가) 국가를 위하고 자연을 살려 인간을 살리는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참 힘겨웠다"고 말했다.
꾸준히 식목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자오 씨는 2006년 '지린성을 빛낸 10인'으로 선정됐고 다음해 '올해의 녹색 인물', 2008년 홍콩환경보호협회로부터 '지구환경상' 수상자로 뽑혔다.
지금도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과 삽, 묘목을 챙겨서 집을 나서 어두워질 때까지 야산에서 나무를 심는다.
자오 씨는 "비가 오거나 더위, 혹독한 추위가 닥치는 겨울엔 아내가 집에 있으라고 말리지만 10만 그루 목표를 이루려면 쉴 수가 없다"면서 "요즘엔 아들과 손자가 도와줘 힘이 난다"고 말했다.
reali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