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1위 예이터 "올해 경기한 곳 가운데 최고"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상 기후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 애써 다져놓은 눈이 녹았고, 비까지 내려 엉망인 상태에서 경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이 열린 날에는 폭설까지 내렸고, 대부분 선수는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노보드 제왕' 숀 화이트(미국)는 경기 도중 엉덩방아를 찧고 4위에 그쳤고, 2016-2017시즌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월드컵 순위 1위인 토린 예이터 월래스(미국)는 26위에 그쳤다.
눈 위에서 열리는 하프파이프는 코스의 상태가 선수 경기력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된 곳에서 경기하면 자칫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구창범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코치는 "엑스게임 하프파이프는 나무로 만든 곳에서 경기하니 여러 사람이 경기한다고 해서 코스가 변하진 않는다. 하지만 눈 위에서 경기하는 하프파이프는 변수가 너무 많다. 앞에 선수가 남긴 흔적에 다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코스는 지금까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리는 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 출전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단 코스 설계 자체가 완벽하다는 반응이다.
언덕을 내려오며 점프해 공중에서 연기하는 하프파이프는 높이 점프하는 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이때 코스 설계 각도에 따라 선수들이 느끼는 속도감은 천차만별이다.
이번 시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여자부 월드컵 순위 3위인 켈리 클라크는 "가파르고 속도가 잘 나오도록 잘 만든 파이프다. 부드럽게 가속 구간으로 전환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속도가 잘 나온다. 정말 혁신적인 곳"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화이트 역시 "(너무 높이 점프해 체공시간이 길어) 잠이 올 정도"라며 재치있게 표현했다.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맏형인 김호준(CJ)은 "대회 때마다 단점이 하나씩은 보이는데, 이번 대회는 전혀 안 보인다. 내년 올림픽을 대비해 완벽한 상태의 코스를 경험했다. 코스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거들었다.
코스 설계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하프파이프 코스는 먼저 흙으로 틀을 만든 뒤 그 위에 눈을 다져 조성한다.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얼음에 가깝게 눈을 다져놔야 하는데, 날씨에 따라 코스의 상태가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이번 대회 기간 전문 관리인력이 상주하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번 대회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예이터는 "올해 출전한 대회 가운데 가장 좋은 코스였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하프파이프 경기를 열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내년에도 오늘처럼 좋은 환경에서 올림픽 경기를 하고 싶다"며 코스 관리에도 찬사를 보냈다.
모두의 찬사를 받은 올림픽 코스는 다음 주 이데일리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대회를 끝으로 휴식에 들어간다.
하프파이프 코스의 뼈대는 올여름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킬 전망이고,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눈으로 단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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