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로마는 이미 기권…강력한 후보 LA는 反이민 행정명령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로마가 지난해 경제 여건 등을 이유로 유치 경쟁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종 서류까지 제출한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최근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다음 주 '진퇴'를 결정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슈트반 털로시 부다페스트 시장은 전날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2시간가량 만나 국민투표로 올림픽 유치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청년 유권자 단체 '모멘텀 무브먼트'는 올림픽 유치 신청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놀림피아(올림픽 유치에 반대한다는 No와 올림픽의 합성어)'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17일 26만6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투표가 성립하려면 13만8천 명의 서명을 받으면 되는데 이 단체는 배에 이르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냈다.
지난해 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 올림픽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경기장은 버려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부다페스트에서는 시 재정으로 올림픽을 감당할 수 없다는 바핀이 고조되고 있다.
털로시 시장은 22일 시 의회, 정부 각료와 각각 만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오르반 총리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그는 TV로 중계된 성명 발표에서 "올림픽과 관련해 윤리적으로, 실용적으로 어떤 조처를 하는 게 옳은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주도한 언드라시 페케트-죄르는 "25만명 이상이 올림픽 대신 현대식 병원과 학교를 짓는 데 돈을 쓰는 게 낫다고 답했다"며 "국민투표를 막는다면 비겁한 짓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털로시 시장은 전날 충분히 많은 시민이 국민투표를 지지한다면 올림픽 유치 철회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유치를 지지하는 시민에게는 '반역'이 될 수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올림픽 유치에 열성적이었던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유치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경쟁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2014년 올림픽 유치 경쟁에는 함부르크와 로마가 빠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남았다.
로스앤젤레스는 지난달 시 의회가 만장일치로 올림픽 유치 신청을 승인하는 등 가장 강력한 개최 후보로 부상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개최지 선정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리는 잇따른 테러로 안전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해 9월 페루 리마에서 130차 총회를 열고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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