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500명 회원명단 분석…"트럼프 정책결정에 영향 받을 수 있어"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주 연속으로 찾으면서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고 있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 명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 권력집단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회원의 한 명인 보스턴의 사업가 리처드 디에가지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찬 중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보고받고 회의를 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마라라고의 유료회원 500명의 명단 가운데 월스트리트 금융인, 부동산 개발업자, 에너지 기업 간부 등이 수십 명이라며 대통령의 결정이 이들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가입비가 20만 달러로 두 배 뛴 마라라고의 회원들은 매년 1만4천 달러의 연회비를 내고 있다.
NYT에 따르면 우선 회원 중에는 공화당의 '큰손'이자 석유재벌인 데이비드·찰스 코흐와 형제지간인 윌리엄 코흐의 이름이 있다.
두 형제와 소원해진 그는 세계 최대의 석유코크스 판매기업인 '옥스보우 카본'을 경영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키스톤 XL 송유관을 건설한다면 큰 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명단에는 외국 대사직에 검토되는 인물도 최소 3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의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전부터 회원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며, 신규회원 자리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중개업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를 창업한 토머스 피터피도 회원명단에 들어 있다. 억만장자인 그는 대선 때 트럼프 진영의 주요 기부자 중 한 명이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 주에서 카지노를 경영할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보험회사 간부, 연방정부의 규제 저지에 거액을 뿌렸던 스포츠음료 회사 간부의 이름도 명단에 올라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주택건설기업인 '톨 브라더스'의 간부 브루스 톨도 회원인데, 마라라고인근에 살고 있어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보도됐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역대 대통령이 사저나 별장에서 개인 시간을 보낸 경우는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유료 회원제인 자신의 리조트를 취임 후에도 계속 운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사' 사학자인 존 미첨은 "마라라고는 대통령직의 상업화를 보여준다"며 "대통령은 부자들과 시간을 보내지만, 이처럼 자신의 사업체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이 돈을 내는 것은 새로운 경우"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매년 신규 회원은 20∼40명 정도에 불과하고 기존 회원 중 기업인들은 원하기만 하면 연방정부 인사에게 얼마든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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