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불기소' 임수빈 변호사, '부당관행' 비판…서울대 박사 학위
"자의적 기소, 별건수사, 변호인 없는 면담 압박 등…검찰 개혁 절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의 낡은 관행을 버릴 때가 됐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외부로부터의 개혁 요구에 직면하고, 권한 행사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경찰 수사권 독립' 등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엘리트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검찰 실무관행을 두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PD수첩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지휘부와 갈등을 빚다 조직을 떠난 임수빈(56·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오는 24일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제출했다.
임 변호사는 논문에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문제점,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 수사 중인 사건과 별개인 사건을 통해 대상자를 압박하는 '별건 수사', 변호인 없이 피의자를 독대해 압박하는 '면담' 관행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우선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작성자인 검사의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가공의 사실을 걷어낼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조서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법원은 변호인의 입회하에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대부분 형사재판의 증거로 인정한다. 이런 점 때문에 무리한 조서 작성 관행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강압 수사를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너무 쉽게 인정된다는 점"이라며 "검사는 공소유지에 유리한 내용으로 조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유죄를 받아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신문조서도 다른 수사기관의 신문조서처럼 당사자가 법정에서 그 내용의 진실을 인정할 때에 한해 엄격히 증거능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법원의 '양형기준제'를 모델로 한 '기소기준제' 도입을 제안했다.
먼저 여러 기준을 범죄별로 미리 만들어 놓는다. 개개 사안을 이 기준에 적용해 점수를 산정한 후 기소를 위해 필요한 최저점수를 넘는 경우에만 기소하는 방식이다.
임 변호사는 "객관화된 기준으로 산정한 점수로 기소를 결정하므로 검사의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게 된다"며 "죄질이나 범죄 유형, 나이, 성품과 행실,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이 기소 여부를 판가름할 기준"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나 '법조 브로커'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수사 중인 사안과 별개인 사건을 파헤쳐 얻은 증거나 약점 등을 활용해 피의자를 옭아매는 '타건압박수사' 관행에도 쓴소리를 냈다. 이는 '별건 수사'로도 불린다.
임 변호사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처럼 타건압박수사를 통해 무리하게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압 수사가 발생한다"며 "이는 고문처럼 형법상 가혹 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으로 규정해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국과 일본이 인정한 '공소권 남용론'을 우리 법원도 받아들여 검찰의 공소권 행사가 자의적이라고 판단되면 유무죄를 따지지 말고 아예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검찰이 변호인 없이 피의자를 독대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압박하면서 이를 '면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관행도 강압적 수사 방식"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 출신인 임 변호사는 199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대검찰청 공안1·2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지내는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재직 당시 공안·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보도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PD수첩 사건'을 맡아 '부정확한 내용을 보도한 점은 있지만, 언론 자유 등에 비춰 기소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지휘부와 갈등을 겪고 이듬해 1월 검찰을 떠났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의 추천으로 특검보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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