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파이프 월드컵 4위…시즌 랭킹 1위는 유지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연기를 마치지 못한 채 코스를 내려오는 클로이 김(16·미국)의 얼굴에서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함께 한국을 찾았지만, 4위라는 성적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였다.
클로이 김은 19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평창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여자부 결선에서 82.50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17일 예선도 4위로 통과했던 클로이 김은 제 기량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한 채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부모가 한국 사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 클로이 김은 '김선'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갖고 있다.
4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스노보드를 탔고, 6살 때는 전미 스노보드연합회가 주최하는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르며 '천재' 소리를 들었다.
미국 국가대표로도 뽑힌 클로이 김은 작년 US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1천80도(3바퀴) 회전에 성공해 사상 첫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눈 위에서 천재성을 마음껏 뽐내던 클로이 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
6일 한국에 도착한 클로이 김은 수많은 행사를 소화했고, 그 탓인지 감기에 걸려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클로이 김은 "연습 때는 감기 때문이라고 해도 괜찮았는데, 정작 본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몸을 추스르고 대회에 출전한 클로이 김은 기대했던 시즌 3번째 월드컵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자산을 얻었다.
바로 '좌절'이라는 경험이다.
어릴 때부터 대회에 나가면 적수가 없었던 클로이 김은 성인 무대에도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월드컵 4위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시상대 꼭대기가 익숙한 클로이 김에게는 어색한 자리다.
클로이 김은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클로이 김에게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남달랐다.
부모의 나라에서 치른 대회이며, 1년 뒤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그를 기다린다.
클로이 김은 "이번 한국행은 내게 수많은 의미가 있었다"면서 "다음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클로이 김은 여전히 세계 1위다.
FIS 포인트 500점을 더한 클로이 김은 총점 3천 점으로 하프파이프 월드컵 여자부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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