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들 피살 소식 접하는 건 시간문제…"불안 가중될듯"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심복인 김원홍 국가보위상 해임과 이복형 김정남 암살을 통해 다시 한번 정권의 비정한 속성을 드러내면서 북한 권력층 내 동요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과 도주한 4명 등 남성 용의자 5명이 모두 북한 국적으로 밝혀졌으며, 암살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사건 초기부터 예상했던 대로 이번 사건은 북한 당국의 소행으로 귀결되는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남의 암살 소식은 이달 초 우리 정부 당국을 통해 확인된 김원홍의 해임 소식과 함께 자신에게 털끝만큼이라도 해가 될 조짐이 보이면 가차 없이 제거하는 김정은의 '공포통치'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북한 당국은 김원홍 해임과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해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관련 소식이 중국 등 외부세계를 통해 북한 권력층으로도 유입돼 체제 균열 요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며칠 전부터 "김정일의 아들이 평양의 지시로 살해되었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보도했고, 다른 북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일반 주민은 물론 지방 당 간부들 사이에서 김정남 피살 소식이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 엘리트 권력층 내에 김정남 암살 소식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남 사건 관련 소식이 확산됐다면 권력층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북한 권력층도 한층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처형된 간부는 지난해까지 140여 명으로 추산되며, 김정일 집권 초기 4년간 처형자수인 약 10명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첫 희생자는 당시 군부 실세로 꼽히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었다. 리 총참모장은 2012년 7월 전격 해임된 이후 처형됐다.
리 총참모장을 포함해 김정일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도 김정은 시대 개막 이후 모두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3년 12월에는 자신 고모부이자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 내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을 전격 처형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은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중론이다.
2015년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재판 절차도 없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되면서 김정은의 잔혹성이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각인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최영건 내각 부총리가 김정은이 추진한 산림녹화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다 처형됐다.
작년 7월에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6·29 최고인민회의 때 불량한 자세로 앉아있던 것이 발단돼 보위부 조사를 거쳐 처형됐다.
같은 '백두혈통'인 김정남 피살사건에서 보듯이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집권 6년차를 맞아 한층 '광기'로 치닫는 모습이다.
탈북자 출신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권력층에서 불안감이 확산할수록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는 현상도 팽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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