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외교, G20회의서 4강 외교 주력…권한대행체제하 성과와 한계 교차
북핵 심각성 공유 성과…尹 "유럽도 국제사회 공통문제로 인식"
(뮌헨<독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15∼19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방문을 계기로 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주변 4강(미·중·일·러) 외교와 북핵 외교의 결과는 북핵의 국제문제화, 한미일의 대북 단일대오 확인, 미국을 통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압박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16∼17일, 독일 본)와 뮌헨안보회의(17∼19일, 뮌헨)에 잇달아 참석한 윤 장관은 12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13일 김정남 암살 등으로 북한이 세계 신문·방송의 주요 뉴스를 차지하는 때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G20 외교장관 회의 주제 발언, 뮌헨안보회의 53년 역사상 처음 열린 별도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세션 선도 발언 계기에 "북핵문제는 시한폭탄"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국제사회에 각성을 호소했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윤 장관은 19일 뮌헨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북핵 문제를 한반도와 동북아 차원에서 보는 시각들이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있었지만 북핵은 더 이상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의 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심지어 유럽에서도 자기들 문제, 국제사회 공통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북핵에 대항하는 한미일 공조 체제를 보다 공고히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6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 대응할 것임을 경고하고, 핵 억지력 제공을 포함하는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을 재확인한 점은 의미가 있어 보였다.
윤 장관은 한미일 공동성명에 대해 "내용면에서 과거 공동성명에 비해 매우 강력했다"며 "공동성명은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있으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한미일 고위당국자들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또 "성명에 포함된 몇가지 핵심 메시지는 3국 공동의 전략을 취함에 있어 큰 방향성 부여했다"며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포함한 다양한 급에서의 전략대화와 실무협의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윤 장관은 한미 양자 및 한미일 3자 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압박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 할 '중국 움직이기'에 주력했다. 중국을 통한 북핵 해결에 그렇지 않아도 관심이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초대 국무장관은 윤 장관과 만난 다음날인 17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대북 영향력 행사를 강하게 촉구했다.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북한의 도발을 막으라는 그의 대 중국 메시지는 외교가에 큰 화제가 됐다.
중국이 18일 상무부 발표를 통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중파' 김정남의 암살 배후가 북한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의 반·타의 반'으로 대북 압박의 칼 집에 손을 댄 듯한 모습이다.
윤 장관은 그러나 이번 4강 외교에서 일본, 중국 등과의 양자관계에서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일본이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기 위한 '행동'을 한국 측이 보여주기 전에는 지난달 9일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복귀(일본→한국) 시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윤 장관은 17일 한일 외교장관회담때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에서 대응했다.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듯한 기막힌 형국에서 빠져나올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한일 당국간 대화 채널을 재가동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 정상외교가 사실상 마비되고, 여름 이전에 새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한국 외교력이 가진 한계를 확인한 대목이었다.
중국과도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간극을 재확인했다.
다만 윤 장관은 장관급으로는 처음 중국이 취하고 있는 보복성 조치의 철회를 공식 요구하며 중국에 할 말을 했다. 그것은 한미 공조 강화 기류 속에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윤 장관의 4강 외교 성과는 한미연합훈련, 중국의 대북 압박 강도, 김정남 암살 사건에 따른 북한의 고립 심화와 추가 도발 가능성 등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한반도 정세에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이는 내달 정식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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