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직접 와야 시신 인도"…北-김정남 가족 다툼 거셀 듯

입력 2017-02-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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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직접 와야 시신 인도"…北-김정남 가족 다툼 거셀 듯

말레이, 유가족 우선권·직접 인도 방침…시신 인도 복잡한 양상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비운의 북한 황태자'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놓고 북한 당국과 가족 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유가족 우선권' 방침을 밝히면서 시신 인도를 놓고 북한과 김정남 유가족 간의 신경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19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가까운 유가족에게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다만 시신을 받으려면 유가족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찾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며, 2주간의 시한을 제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당국의 시신 인도 입장은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사건 초기 말레이 정부는 수사가 끝나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인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칙에 따라 북한 대사관을 통해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방침과는 달리 이날 기자회견에선 북한 대사관보다는 유가족에 우선순위를 뒀다.

여기엔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피살사건 직후부터 시신 인도를 거듭 요구한 북한과 마찰을 빚은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강철 북한대사는 17일 밤 말레이가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며 말레이 당국의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생떼'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말레이 주요 당국자들이 "북한은 현지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맞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선 부검이 끝난 시신을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는 이상 원칙대로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넘겨주면 문제가 간단하게 풀린다. 다만 북한과 김정남 사이의 '악연'을 고려할 때 쉽게 풀릴만한 문제만은 아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복형이자 '백두혈통'의 장자인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암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 가운데 최소 5명이 북한 국적으로 드러나면서 '가해자'인 북한에 '피해자' 시신을 넘기는 것을 말레이 당국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북한은 부검 전에 김정남 시신의 관할권을 주장하며 서둘러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범행 은폐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북한 대사관으로 시신이 넘겨지면 김정남의 직계가족들이 다시 넘겨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김정남 유가족들도 신변의 안전을 걱정하며 숨어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후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남의 셋째 부인으로 알려진 서영라도 마카오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적자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북한에 맞서 김정남 유가족들도 대응에 나섰다.

북한으로 시신이 가면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말레이 언론은 김정남의 둘째 부인인 이혜경이 김정남의 시신을 받을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말레이시아 당국이 시신 인도의 우선권에서 '가까운 유가족' 손을 들어줬다는 점은 이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김정남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농후한 독살 사건으로 사망한 가운데 유가족들이 나서서 시신을 인도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김정남 유가족들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정은에게 밀려 해외를 떠돈 김정남의 신변을 2000년부터 보호했다.

화교 자본이 지배하는 말레이시아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입김이 대놓고 무시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김정남 유족이 중국을 움직여 본격적으로 시신을 받으려는 조짐이 나타나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지에서 비명횡사한 김정남이 죽어서 결국 '반겨주는 이 없는' 북한으로 갈지 아니면 가족들의 품에서 마지막 길을 떠날지 주목된다.


meolakim@yna.co.kr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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