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니 女용의자, 北연출 '김정남 암살극'의 '조연'이었나

입력 2017-02-19 18:57  

베트남·인니 女용의자, 北연출 '김정남 암살극'의 '조연'이었나

北주도 속에 '꼬리 자르기' 용이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 배후의 사건으로 굳어지면서 앞서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은 진범이 아닌 조연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부청장은 19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고 밝혀 북한이 범행 배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검거된 여성 피의자들이 암살 계획을 인지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는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직접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인물이다.

이들이 검거되자 김정남을 살해한 게 다국적 청부 암살단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치밀하게 계획한 암살이라면 두 여성은 범행 몸통과 거리가 먼 '꼬리자르기'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흐엉과 아이샤는 사건 발생 후 북한 국적 용의자 중 가장 먼저 검거된 리정철(46)보다 먼저 체포돼 주목을 받았으나 훈련받은 북한 공작원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흐엉과 아이샤는 모두 김정남이 누군지도 몰랐고 속아서 장난치는 동영상을 찍는 줄 알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어설픈 행동도 의문을 낳았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 중 가장 체포된 흐엉은 사건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아 공항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그대로 찍혔으며, 범행 이틀 후 경비가 삼엄한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 순순히 체포됐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까지 나서 자국민 아이샤가 북한 공작원이 아니며 사기나 조작에 휘말린 피해자일 뿐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아이샤의 경찰 진술과 일치한다.


아이샤의 어머니는 교도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딸에 대해 "소박한 시골 딸이다. (김정남의) 살해와 관계될 만한 아이가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모친은 아이샤가 싱가포르에서 가까운 인도네시아 바탐섬의 의류 재료 상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딸이 집에 매달 50만∼100만 루피아(약 4만3천∼8만6천원)를 송금했다고 말했다.

흐엉의 경우 베트남 정부에서 아직 자국민이라고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베트남 남성 조지프 도안은 로이터통신에 "100%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LOL' 티셔츠를 입고 CCTV에 모습이 찍힌 흐엉이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동생이 18세때 베트남 집을 떠나 집에는 가끔 들렀다고 전했다. 그는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흐엉의 직업은 연예 관련 종사자, 아이샤의 직업은 스파 마사지사라고 밝혔다.


두 여성 모두 범행 수개월 전부터 용의 남성들과 접촉하고, 범행 직후 신속하게 인근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는 등 아무것도 모르는 사기 피해자로만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행적도 있다.

특히 흐엉은 경찰에 붙잡히기 전 호텔 세 군데를 옮겨 다니며 숙박해 사방으로 옮겨 다니는 공작원의 면모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사건 배후라면 현장에서 암살을 실행한 제3국 출신 여성 용의자들은 살인 청부업자나 김정남 존재를 알고 살해한 암살범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특히 책임을 피하려고 일부러 제3국 여성들을 고용하고, 주범들이 도주할 시간을 벌여주려고 초반에 행동이 어설픈 이들을 의도적으로 노출해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

앞서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는 4명의 암살 주모자들이 1년 전부터 김정남의 출입국 동태와 생활 방식 등을 감시하며 이번 암살작전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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