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로 종신형…"질병으로 자연사"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지하디스트의 상징' 또는 '장님 이슬람 성직자'로 알려진 이집트인 오마르 압델 라흐만(78)이 미국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알자지라 방송과 이집트 언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흐만은 지난 1993년 발생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폭탄 테러 조종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라흐만의 딸인 아스마 오마르 압델 라흐만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성직자 오마르가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는 아버지와의 이별에 몹시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교정 당국도 "여러 유죄 판결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라흐만이 전날 연방교도소 내 의료센터에서 자연사했다"고 확인했다.
라흐만은 1993년 2월 26일 벌어진 뉴욕 WTC 폭탄 테러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년 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무역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폭탄이 설치된 자동차를 폭파시킨 이 테러로 6명이 숨지고 1천 명 이상이 부상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범인들이 모두 라흐만의 추종자임을 밝혀내고 그해 6월 뉴욕에 살던 그를 체포했다.
라흐만은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의 연방교도소에서 약 10년간 복역했다. 최근에는 당뇨병과 관상 동맥 질병을 앓았다.
라흐만의 아들은 "미국이 서서히 그를 죽였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집트 동북부 다칼리야주에서 태어난 라흐만은 어릴 때 시력을 잃었지만 흔히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일컫는 지하디스트 세력의 상징적·정신적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집트의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 '알자마 알이슬라미야'에도 종교적,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알자마 알이슬라미야 조직은 1980~1990년대 이집트에서 여러 차례 폭탄 공격을 감행한 단체다.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이슬람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과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등은 라흐만의 석방을 미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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