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실행한 두 여성 제외 리정철·도주 용의자 4명 모두 北국적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김수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로 북한 배후설이 굳어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맡은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19일(현지시간) 신병을 확보한 리정철(46) 외에도 도주한 남성 용의자 4명의 국적이 모두 북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리지우(30) 등 다른 북한인 3명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 국적자만 8명이 범행에 연루돼 애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북한 국적 용의자 수의 두 배에 이른다.
암살을 직접 실행한 두 외국인 여성 용의자가 '장난인 줄 알았다' '돈을 받고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진술한 데다, 국적이 북한으로 기재된 리정철(46)이 체포되면서 북한 당국이 '몸통'으로 지목됐다.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1년 기한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해주는 신분증 i-KAD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8월 초부터 현지에 체류해왔다.
리정철은 한 기업체 IT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신분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경찰 고위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국이 앞서 검거한 리정철이 북한 정찰총국(RGB) 소속 요원으로 추정되며, 리정철과 이번 사건의 연계성을 입증할 강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리정철이 검거 당시 은신해 있던 아파트가 지난 2011년부터 북한 공작원들의 은신처(safehouse)로 사용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번 발표로 신원이 알려진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은 지난달 말부터 7일 사이에 각각 입국했다가 사건 당일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들이 오직 이번 '거사'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리정철이 현지에 수개월 간 체류하면서 김정남 동선 파악, 두 외국인 여성 섭외 등 실무를 진행하는 동안, 도주한 용의자 4명은 북한 당국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로써 지시 전달하고, 작전 며칠 전 마지막 단계를 점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범행 당시에도 현장에서 불과 50m 떨어진 식당에서 대기하다가 김정남 습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한 뒤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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