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식품업계 '공룡'인 크래프트 하인즈가 영국-네덜란드계 생활용품회사인 유니레버를 1천430억 달러(약 164조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20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는 19일 유니레버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의사를 자진 철회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별도의 성명에서 "너무 이른 단계에 인수 의사가 공개되고 말았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우호적 기반에서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유니레버가 거래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두 회사가 각자의 가치 창출 계획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물러서는 것이 최선"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인수 철회는 지난 17일 유니레버가 크래프트 하인즈이 제시한 인수 가액이 "유니레버 가치를 근본적으로 저평가한 것"이라며 거절의사를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유니레버의 거부 직후에도 "합의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바 있다.
애초 크래프트 하인즈는 유니레버 측에 주당 50달러의 현금과 자사주를 주는 조건으로 인수를 타진했었다. 이는 유니레버 주식의 16일 종가에 18%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금전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유니레버 주주들에게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한다"면서 "협상을 더 진행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유니레버 측의 입장이다.
양측의 협상 사정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대주주인 워런 버핏과 3G 캐피털의 호르헤 파울로 리먼 회장이 19일 오전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버핏과 리먼 회장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유니레버 측이 강력한 어조로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은 크래프트 하인즈가 상당히 힘든 협상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의미하는 것이었다. 인수 시도가 시간을 끌게 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버핏과 리먼 회장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버핏과 리먼 회장이 유니레버는 물론 영국 정치권에서 나온 적대적 반응에도 당혹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국내 대기업이 외국에 팔리는 것을 더욱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또다른 소식통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인수 계획이 너무 빨리 외부에 유출된 것이 양측 모두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는 유니레버의 사명을 존속하는 것을 포함한 다수의 양보조치를 취할 의향이었고 인수 가액도 대폭 올릴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유니레버를 포기함에 따라 다른 인수 대상을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애널리스트들은 크래프트 하인즈가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이나 시리얼 회사인 제너럴밀스 등을 인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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