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미와 장편소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인기 소설가 쓰무라 케이는 아내가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난 틈을 타 출판사 여자 편집자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아내가 당한 교통사고 소식을 불륜 상대와 함께 집에서 TV 뉴스로 듣는다. 매니저까지 둔 인기 작가가 된 쓰무라 케이에게는 더이상 아내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방송 카메라를 의식할 뿐이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43)의 장편소설 '아주 긴 변명'(무소의뿔)은 주인공 쓰무라가 아내를 향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다. 쓰무라는 아내를 떠나보내고도 한동안 무덤덤하게 일상을 이어간다. 그저 집에 사람 한 명이 줄었을 뿐 예전과 똑같은 듯한 쓰무라의 삶을 바꾸는 건 네 살 꼬마 아카리, 그의 오빠 신페이였다.
쓰무라는 아내와 함께 숨진 친구의 아들딸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상대를 잃고 나서 깨달은 사랑은 회한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마음 속으로 사과한다 한들 용서해주는 당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그쪽에서 당신이 나를 얼마나 욕하고 동정하든, 그 목소리 역시 내게는 들리지 않고. 인간은 죽으면 그뿐이지. 우리는 둘 다 살아 있는 시간을 너무 우습게 봤어."
소설은 다 큰 어른의 성장기다. 화자를 수시로 바꿔가며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구석구석 살피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이 일종의 대안가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55) 감독의 영향이 느껴진다. 작가는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아 작가 겸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니시카와 미와는 직접 짠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소설로 다시 쓰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2006년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영화 '유레루'의 소설판도 번역돼 있다. 영화 '아주 긴 변명'은 16일 국내 개봉했다. 김난주 옮김. 33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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