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까지 국정교과서 활용 수요 접수…국정화 강행 '꼼수' 논란 전망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다음 달 새 학기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게 될 연구학교로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1곳이 지정됐다.
교육부는 경북교육청이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라 국정 역사·한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로 경산 문명고등학교를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각 시·도 교육청이 연구학교 운영 신청을 받은 결과 영주 경북항공고와 경산 문명고, 구미 오상고 등 경북에서만 3곳이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오상고는 학내 반발과 서류 미비 논란으로 하루 만에 신청을 철회했고, 경북항공고는 연구학교 신청 전 거쳐야 하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지 않아 교육청 심의에서 탈락했다.
교육부는 이달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세우고, 수시상담과 보고회를 바탕으로 국정교과서를 활용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학교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문명고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국정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과 경북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문명고는 학부모 측에 23일까지 연구학교 운영에 대해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1일 기준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는 5천564개다. 이 가운데 1학년에 역사·한국사 교과목을 편성해 연구학교 신청 대상이던 곳은 중학교 100개와 고등학교 1천662개 등 모두 1천762개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실제로 국정교과서를 쓰게된 곳이 문명고 한 곳에 불과하게된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학교에 '외압'을 행사해 많은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거나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원하는 학교를 파악한 뒤 국정교과서를 무료로 지원해 보조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청 학교는 여건에 맞게 학급별 읽기 자료, 역사동아리·방과 후 학교 활용 자료, 교수학습 참고자료, 역사수업 보조교재로 쓸 수 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지금도 교과서 외에 다양한 자료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직접 수요를 파악해 원하는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를 원하는 학교는 신청서를 작성해 3월3일까지 공문·전자우편·팩스로 보내면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교육자료가 아니라 보조교재 형태로 사용하는 안을 마련한 것 역시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현장에 적용하려는 교육부의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부단장은 "신청 과정에서 실제 사용을 원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모든 학생들에게 사용하도록 하려면 보조교재로 활용하더라도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연구학교 지정 신청과 관련된 교원·시민사회단체의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서울·광주·강원교육청은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까지 학교로 공문을 시달하지 않아 신청을 원천 봉쇄했다"며 "외압으로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지원하고, 명예훼손·협박 등 불법행위가 있으면 사법처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일반 국민도 국정교과서를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전용 홈페이지(www.moe.go.kr/history)에 전자책(e-book) 형태로 상시 게시할 예정이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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