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말라" 문자에도 학교서 시위…"독단 추진 찬성할 수 없다, 사과하라"
경북교육청 "지정 완료로 일정대로 추진"…전교조 "원천 무효"
(안동·경산=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 경북 경산 문명고교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하는 연구학교로 최종 지정되자 학생과 교육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150여명은 오전 9시께부터 학교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문명고는 전날 재학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율학습을 운영하지 않으니 등교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집회에 참가한 2학년 최모 군은 "문자에 상관없이 연구학교 철회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등교했다"며 "교장 선생님이 독단으로 추진한 일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국정교과서 철회', '학교 주인은 재단이 아닌 학생이다' 등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국정화 반대한다", "교장 선생님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 학부모는 자유발언에서 "국가에서 역사를 일률적으로 정해서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 이념 논리로 학교가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21일에도 집회를 열기로 한 뒤 오전 11시 좀 넘어 해산했다.
전교조 경북지부 등 대구·경북 15개 교육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북교육연대 회원 100여명도 오전 경북교육청 앞에 모여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문제로 학교를 갈등과 혼란으로 내몬 이영우 교육감은 즉각 사죄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연대 측은 "문명고는 학교운영위원회 표결에서 반대 7표, 찬성 2표로 지정 신청 반대가 많았으나 교장이 학부모를 따로 불러 설득한 뒤 다시 표결해 찬성 5표, 반대 4표로 신청 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며 "표결이 끝난 사안을 놓고 재투표를 한 것으로 원천 무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명고 김태동 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외부 압력은 개의치 않는다"며 "그러나 학부모, 특히 우리 학생이 반대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임시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연구학교가 되고 싶어도 금지법이 통과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이 완료된 만큼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며 "해당 학교가 지정 철회를 요청해 오면 교육부 방침에 따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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