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정철, 말레이 업체 출근않고 무역상담만…'위장취업'

입력 2017-02-20 15:44   수정 2017-02-20 15:54

北리정철, 말레이 업체 출근않고 무역상담만…'위장취업'

현지업체 "사무실에서 일 안해 평소 얼굴 못봐…월급도 안받아"

근로자로 신분위장 공작원 가능성…가족과 함께 '일반 가정' 행세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 리정철(46)은 겉으론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i-KAD)을 갖고 취업한 것으로 돼 있지만, 평소에는 해당 업체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실상 위장취업하고 공작원으로 활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짙게 하고 있다.

서류상 리정철을 IT부문 직원으로 고용한 것으로 돼 있는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의 총 아 코우(64) 상무이사는 2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리정철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기에 평소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리정철의 삼촌이라는 인물로부터 항암효과가 있는 북한산 버섯 추출물 등을 수입해 왔다.





총 상무이사는 "나는 그가 화학전문가인 줄 몰랐다"며 "영어를 못하는 삼촌을 대신해 중개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비자를 얻는 것을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이 2013년 말레이시아에 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이 작년 8월 입국했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이 회사는 매달 리정철에게 5천 링깃(약 128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리정철은 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총 상무이사는 밝혔다.

이는 리정철이 외화벌이보다 근로자 신분으로 위장하는 것이 목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총 상무이사는 "리정철과는 버섯 추출물 등의 수입과 관련해 논의할 것이 있을 때 외엔 얼굴을 맞댈 일이 없었다"며 "지난 춘제(春節·음력설)까지 리정철과는 거의 1년 가까이 만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말레이시아로부터 팜오일을 수입하고 싶어했다"며 "리정철과 만난 것은 지난 춘제 때 팜오일 공급업체를 소개해 줄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총 상무이사는 리정철과 가족들이 영락없는 '보통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토요일(18일) 그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가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정철에 대해 "매우 겸손하고, 공격적이지 않으며 조용한 사람이었다"면서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듯 말수가 적었고, 버섯과 팜오일 외의 다른 사안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 상무이사는 "나는 리정철이 자기 사무실을 따로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면서 "통상 연락을 나누는 데 썼던 그의 딸의 전화기는 현재 전원이 꺼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화교 문화 소사이어티 회장 등을 역임한 총 상무이사는 1992년부터 2014년까지 10번 넘게 북한을 방문했으며, 쿠알라룸푸르 시내 북한식당에서 열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기념일(광명성절·光明星節·2월 16일) 기념행사에도 종종 초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meolakim@yna.co.kr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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