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최준식 교수팀 연구결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사람이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그 사건이 일어난 공간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는 뇌 영역인 '해마'가 감각적 정보에도 함께 반응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고려대학교는 문과대학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팀과 같은 학과에서 박사과정 중인 트리스탕 제이유 연구자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 세바스천 로이어 박사팀과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마에는 장소를 기억하는 '장소세포(place cell)'가 있다. 장소세포는 동물이나 인간이 특정한 장소에 있을 때만 발화하기 때문에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모든 장소세포가 위치 정보만 기록·저장한다는 학설에 따랐으나, 이번 연구로 장소세포가 '감각적 정보'도 집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해마에 미세전극을 삽입한 다음, 거칠 거나 부드럽거나 튀어나온 돌기가 있는 등 다양한 종류의 '촉각 단서'가 심어진 트레드밀을 걷도록 했다.
실험 쥐가 트레드밀을 걷자 두 가지 유형의 장소세포가 발화했다.
첫 번째 유형 장소세포는 기존에 학계에 알려진 바와 같이 특정 위치에서 발화하는 세포였다. 그런데 두 번째 유형 장소세포는 트레드밀 상의 위치와 관계없이, 특정 촉각에 따라 발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쥐가 튀어나온 돌기를 밟을 때 발화한 해마는 돌기 촉각 단서를 제거하자 발화하지 않다가, 트레드밀에서 다른 위치에 돌기 촉각 단서를 심자 다시 발화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두 종류의 장소세포들이 서로 다른 층(layer)에 상하로 배열돼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KIST와 휴먼프런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 및 미래창조과학부의 뇌원천 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궁극적으로는 뇌 손상 환자를 위한 인공 신경회로 개발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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