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뉴스 편집까지…약인가 독인가

입력 2017-02-21 08:00   수정 2017-02-21 08:06

인공지능이 뉴스 편집까지…약인가 독인가

"정보욕구 충족" vs "저널리즘의 상업화 자극"

독자 개인의 정치적 성향 노출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뉴스 편집에 도입함에 따라 저널리즘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라 부르는 뉴스 추천 시스템의 베타 서비스를 모바일 뉴스 주제판에서 개시했다. 베타 서비스는 일단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 이용자들에게만 제공된다.

에어스는 협력 필터(CF·Collaborative Filtering)와 인공 신경망(RNN·Recurrent Neural Network)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협력 필터는 관심 사안에 따라 독자를 묶어 기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씨가 탄핵 심판 기사를 읽으면, 같은 기사를 읽은 B씨, C씨가 읽은 다른 기사를 거꾸로 A씨에게 추천한다.

인공 신경망은 더 나아가 독자 개인이 기사를 읽는 패턴을 학습해 기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씨가 통상 날씨 기사를 먼저 읽고 연예 기사를 읽는 습관이 있으면, 그런 순서를 고려해 기사를 노출한다.

현재 네이버는 에어스 베타 서비스에 협력 필터만 적용했다. 더 정교한 기사 추천을 위해 인공 신경망 기술을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035720]는 2015년 6월 '루빅스'(RUBICS·Realtime User-Behavior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를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 도입했다.

루빅스는 독자가 평소 관심을 두는 기사, 독자와 성별과 연령대가 같은 집단이 많이 관심을 두는 기사 등을 분석해 기사를 선별하고 배치한다는 점에서 네이버 에어스와 비슷하다. 현재 모바일뿐 아니라 PC 뉴스 편집에도 적용돼 있다.

뉴스를 편집하는 AI는 광의의 로봇 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다. 기사 취재, 작성뿐 아니라 편집, 교열도 저널리즘의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이 뉴스 편집권을 AI에 일부 위임하는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편리한 뉴스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만큼 포털이라는 가두리 안에서 더 오래, 더 많은 기사를 읽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고, 이는 포털의 광고 수익 증가로 귀결된다.

사회·정치적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AI가 뉴스를 편집하면, 포털도 언론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라는 외부 압력에 변명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은 여전히 언론이 아니라 IT 기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자사를 새로운 종류의 언론이라고 사실상 인정한 것과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AI에 의한 뉴스 편집이 중장기적으로 저널리즘의 지나친 상업화를 부추기고,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기성 언론의 공공적 역할마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가전제품에 AI를 도입하는 것과 뉴스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슈인데, 포털이 과연 그런 가치 평가와 고민을 거친 것인지 의심한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단히 많은 뉴스 속에서 (수용자의) 검색 수고를 줄여주니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원하는 정보를 얻어 편리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닌 현실에 대한 정보까지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비자 관점이 아닌 저널리즘 수용자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라며 "뉴스의 편협한 수용에 따라 사회와 의사소통하는 통로로서의 언론의 본질적 의미가 사라져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개인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포털의 사전 동의 여부 등도 논란거리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기사를 추천하려면 이용자의 로그 정보가 필요하다"며 "포털은 이 정보를 통해 이용자의 관심사, 정치적 성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포털은 이용자가 AI 기사 추천에서 벗어날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뉴스 편집에 참여하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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