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선의 발언'에 文 견제구…"지지층·대선전략 차이와도 관련"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발언'으로 분출됐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적자'간 논쟁이 당 대선후보 경선의 길목에서 안 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으로 옮겨붙으며 재연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연정 발언 논란 당시 "찬성하기 어렵다"고 정공법으로 직격했던 것과 달리 20일 "안 지사의 선의와 해명을 믿는다"고 정면충돌은 피해갔다.
그러나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는 말로 자신을 맹추격해온 안 지사를 분명히 견제, 두 사람의 인식차는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해당 발언의 진의를 거듭 설명하면서도 "유리하든 불리하든 소신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정면돌파를 시도, 지난 18일 나란히 촛불집회에 앉아 여전한 신뢰와 우애를 과시했던 두 사람은 일단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 본인께선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고 자꾸변명을 하시니, 그 말씀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그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케이스포츠나 미르재단을 두둔하는 발언이 어디에 있느냐"며 "왜 싸움을 붙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언행의 유불리를 따져 말하지 않겠다. 유리하든 불리하든 소신대로 말씀드리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안 지사의 입장표명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있다"며 '촛불민심'의 분노를 강조하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응수했다.
문 전 대표측은 이날 이명박정부 시절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연출된 이같은 시각차는 각각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주요 지지층의 차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일단 '탄핵 완수'를 내걸고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야권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안 지사는 거침없는 중도 행보로 '5060'과 보수층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해왔다.
문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확실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안 지사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점잖게 타이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촛불민심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타전하면서도 향후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중도층에 대한 직접적 자극은 자제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핵심인사는 "이번 발언 파문으로 인해 자칫 파이 자체가 작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계'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연정 논란 때에 이은 안 지사의 정면돌파 승부수에는 여기에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여야 후보 3자간 본선 대결시 문 전 대표 보다 경쟁력이 높게 나온 데 따른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당장 당내 경선에서 감표요인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안 지사 측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이다.
안 지사측 박수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보다 불의에 분노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성실히 살아온 안희정이 다른 의도를 갖고 발언을 했을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과 함께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그 결과를 제대로 만들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을 넘지 않으면 좋겠다. 청산해야 될 상대, 책임져야 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안된다"고 우회비판했지만, 이 발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했다. 이 시장측은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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