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논쟁 2R…文 "분노 빠졌다" 安 "지도자 분노 피바람 불러"(종합)

입력 2017-02-20 23:43   수정 2017-02-20 23:44

대연정논쟁 2R…文 "분노 빠졌다" 安 "지도자 분노 피바람 불러"(종합)

'선의' 논란에 文 "선의 믿어" 견제구…安 "실수 아냐" 정면돌파

安 "제가 모셨던 분 떨어져 죽고서 들었던 심정"…文에 응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발언'으로 분출됐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적자'간 논쟁이 당 대선후보 경선의 길목에서 안 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으로 옮겨붙으며 재연됐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전날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안 지사의 선의를 믿는다"고 충돌을 피했지만, 안 지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실수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면돌파를 시도한 모양새를 취해 논란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전날 안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정치를 하려 했지만 법을 안따른 것이 문제"라고 말한 것에 대해 "안 지사의 선의와 해명을 믿는다"고 충돌을 피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 논란 당시 "찬성하기 어렵다"고 정공법으로 직격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는 말로 자신을 맹추격해온 안 지사를 분명히 견제, 두 사람의 인식차는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해당 발언의 진의를 거듭 설명하면서도 "유리하든 불리하든 소신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지난 18일 나란히 촛불집회에 앉아 여전한 신뢰와 우애를 과시했던 두 사람은 일단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안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이날 오후 캠프 사무실에 방문해 "제 워딩을 생각해보면 계산한 말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제 마음 속에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가 모셨던 분들이 떨어져서 죽고 나서 들었던 심정"이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나서 제 마음이 편향돼 가는 것 아닐까 스스로 경계했다. 그런데 저는 편향에 빠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클릭 비판'에 대해 "'미국 너희들 한번 붙어보자'는 소리를 왜 안하고 싶겠나"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전 대표의 '분노가 빠져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가 정확하게 말했다. 제가 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안 지사는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턴가 버릇이 됐다. 광화문 광장에 있을 때는 저도 열을 받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할 지도자에게는 그 분노라는 감정이 너무 조심스럽다"며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사람들에게) 피바람이 나느냐"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문 전 대표가 안 지사를 겨냥해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있다"며 '촛불민심'의 분노를 강조하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측은 이날 이명박정부 시절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연출된 이같은 시각차는 각각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주요 지지층의 차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일단 '탄핵 완수'를 내걸고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야권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안 지사는 거침없는 중도 행보로 '5060'과 보수층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해왔다.

문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확실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안 지사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점잖게 타이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촛불민심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타전하면서도 향후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중도층에 대한 직접적 자극은 자제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핵심인사는 "이번 발언 파문으로 인해 자칫 파이 자체가 작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계'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연정 논란 때에 이은 안 지사의 정면돌파 승부수에는 여기에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여야 후보 3자간 본선 대결시 문 전 대표 보다 경쟁력이 높게 나온 데 따른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당장 당내 경선에서 감표요인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안 지사 측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이다.

안 지사측 박수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보다 불의에 분노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성실히 살아온 안희정이 다른 의도를 갖고 발언을 했을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과 함께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그 결과를 제대로 만들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을 넘지 않으면 좋겠다. 청산해야 될 상대, 책임져야 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안된다"고 우회비판했지만, 이 발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했다. 이 시장측은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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