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88% 기준 모레노 39.10%, 라소 29.57% 득표…장애인 대통령 탄생 주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을 대표하는 레닌 모레노(63)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39% 안팎을 득표해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결선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7.8%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8명의 대선 후보 중 모레노 후보가 39.10%를 득표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를 차지한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는 29.57%를 득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2일 1, 2위 후보 간에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에콰도르에서 1차 투표로 대선 결과가 확정되려면 특정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한 가운데 2위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결선에 탈락한 보수진영의 야권 후보들이 라소 후보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저유가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와 모레노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과 연관된 부패 의혹이 확산하면 반대표가 결집할 수 있다.
모레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에콰도르의 첫 장애인 대통령이 된다. 소아마비를 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장애인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정치인인 모레노 후보는 207년부터 2013년까지 부통령을 지내고 2013년부터 3년간 장애인 담당 유엔특사를 역임한 바 있다.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그는 1998년 허리에 강도의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으나 웃음 치료법으로 역경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는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그는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 등을 승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장애인, 미혼모, 고령층에 대한 우대 정책을 약속했다. 코레아 정권은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부 장관과 방코 데 과야킬 은행장을 역임한 라소 후보는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4년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 6월부터 주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는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거취와 관련, 모레노 후보는 체류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라소 후보는 취임 후 1개월 이내 추방할 계획이다.
대선과 함께 137명의 국회의원 선거, 안데스 의회 대표 5명을 뽑는 투표도 함께 치러졌다.
선출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가 조세 회피처에 자산과 자본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도 실시됐다.
새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오는 5월 24일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이다.
성전환자 200여 명이 자신이 선택한 성별에 따라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남미 우파 진영은 에콰도르 대선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난 10년간의 호황이 끝난 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남미에서 나타난 좌파 퇴조 현상이 에콰도르에서도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정정이 불안한 에콰도르에 정치 안정을 가져왔다는 진단과 함께 비타협적인 국정운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악화시켰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코레아 대통령은 정권을 이양한 뒤 벨기에 출신 부인과 함께 벨기에 머물 예정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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