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시한도 1년 연장…日재계 사실상 '해외매각 반대'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의 7조원대 손실로 해체 위기에 빠진 도시바(東芝)가 반도체사업의 지분매각 규모를 1조엔(약 10조원)으로 늘리고 매각시한도 최장 1년 연장한다.
이에 따라 당초 반도체사업 지분 20% 미만을 다음달까지 팔아 2조~3조원을 조달하려 실시했던 입찰을 수정, 이르면 24일 재입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일본 재계에선 기술유출을 이유로 해외매각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한국, 미국, 대만 업체들이 참여했던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신설사의 주식매각을 통해 1조엔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2017회계연도(2017년4월~2018년3월) 중에 매각을 마쳐, 내년 3월엔 자기자본을 여유 있게 플러스로 개선한다.
올 3월 말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천500억엔으로 채무초과(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보이는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을 팔아 1조엔 이상을 조달하고자 지분매각 규모를 50% 이상으로 늘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경영에 필요한 특별결의를 부결하기 위한 3분의 1 이상 지분 보유에도 구애받지 않고 매각한다. 이는 지분의 3분의2 이상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바는 지난 3일 1차 입찰을 실시했으나 이후 미국 원전사업 거액 손실 규모가 거의 확정되고, 다른 자본증강책이 여의치 않자 오는 24일 재입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도시바는 일본내 고용과 생산거점 유지를 우선하여 지분매각을 진행한다.
이는 애초 1차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대만의 폭스콘 등 지분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아사히는 "매각 비율을 올리고, 입찰을 늦추었기 때문에 동종 업종의 타사를 포함해 폭넓게 응찰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자금을 여유있게 조달, 채무초과를 해소하고 자본증강을 노린다.
지난 14일 공식 결산발표 연기 원인인 내부통제는 미 원자력사업의 손실을 작게 보이기 위해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경영간부가 행사한 '압력'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 등은 전했다.
도시바가 61억달러(약 7조원)로 공표한 원전비용 증가와 관련, 압력을 가한 인물은 원자력사업을 총괄한 시가 시게노리 전 도시바 회장과 WH 다니엘 로드릭 회장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한편, 기술과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술유출을 우려하며 일본자본에 매각할 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은 일본 최고 중요기술의 하나다. 인재·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은 문제"라며 외국기업에 팔릴 때의 영향을 우려했다.
게다가 그는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일본의 안전이나 국익을 생각하면 산업계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해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 방지를 위해 재계 차원의 대응책 마련도 시사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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