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45년 된 일본 '스키점프 성지', 삿포로서 여전히 '현역'

입력 2017-02-21 13:28  

[아시안게임] 45년 된 일본 '스키점프 성지', 삿포로서 여전히 '현역'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준비하며 건설…당시 일본, 금·은·동 휩쓸어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 "예산 절감 아이디어 돋보여"





(삿포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점프 노멀힐 경기가 열리는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은 일본 스키점프의 '성지'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일본이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건설한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은 일본의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이 나온 장소다.

아시아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을 맞아 일본은 스키점프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경기장에 맞춘 집중 훈련 덕분에 노멀힐 경기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쓸었다.

그 대회에서 일본이 획득한 유일한 메달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서 깊은 장소인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역'이다.


일본에서는 꾸준히 국내대회 장소로 활용하고, 2005년 개조 작업을 거친 뒤 2007년에는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치렀다.

일본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의 컨셉을 '저예산'으로 잡고 건물 신축을 최소화했는데, 미야노모리 스키점프 스타디움 역시 그 대상에 해당한다.

스키점프장에 딸린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관객과 해외 취재진을 수용했으며, 선수단의 동선 역시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스키점프대 랜딩 지점 오른쪽에 있는 운영본부 건물은 관객의 추위를 녹이기 위한 응접실로 탈바꿈했고, 대형 스크린을 영구 설치하는 대신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스크린을 운영해 예산을 절감했다.

21일 오전 스키점프장을 찾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동행한 직원에게 "우리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저렇게 이동식 스크린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노멀힐 개인전에는 일본인 심판 3명과 한국인 심판 2명이 배정됐다.




스키점프 심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평창조직위 정낙규 테스트이벤트지원팀장과 이재권 설상베뉴운영부 매니저는 "내년 평창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눈에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이 매니저는 "이곳 운영본부만 보더라도, 큰 대회를 한다고 따로 꾸민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 공간을 활용했다"면서 "그 가운데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설이 다소 낡았더라도 깔끔하게 정비하고,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인력 배치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다.

대회 초반에는 경기장마다 영어 통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여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국인 등 삿포로에 거주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현장에 배치했다.

정 팀장은 삿포로의 인프라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개폐회식 장이 자리한) 횡계 근처에는 갈 곳이 많지 않다. 선수단이 몰리면 도로도 많이 막히는 편이다. 하지만 삿포로는 출전한 선수가 즐길 거리가 많다"면서 "평창과는 이런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쓰면서도 크게 문제가 안 보이는 점에서 여러 번 국제대회를 치른 삿포로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키점프를 즐기는 관객의 모습도 돋보였다.




이날 경기는 강풍과 폭설로 취소돼 22일로 연기됐는데,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적지 않은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일본은 역대 동계올림픽 금메달 10개 가운데 3개를 스키점프에서 딸 정도로 저변이 넓은 국가다.

최근에는 월드컵 최다승(53승) 타이기록을 세운 '일본의 김연아' 다카나시 사라라는 스타까지 등장했다.

일본 시민들은 1천 엔(약 1만원)의 입장료를 주저 없이 지불하고 '눈의 나라'에서 펼쳐진 겨울 잔치를 즐겼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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