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 원룸 못구해 아우성…지방은 공실 넘쳐 발동동(종합)

입력 2017-02-24 12:13   수정 2017-02-24 12:17

서울 대학가 원룸 못구해 아우성…지방은 공실 넘쳐 발동동(종합)

"학생 빈방 찾아?"…지방 대학가 신학기마다 세입자 유치전쟁

수요보다 공급 많아 逆 월세난…방값 인하, 보증금 없애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집 구하러 왔어요?. 저렴하게 줄게요. 얼마까지 원해요?"

지난 22일 신입생 입학식이 끝난 청주의 한 사립대 인근 원룸촌 골목길에 나이가 지긋한 원룸 건물주인 3~4명이 몰려 방을 찾는 새내기 대학생 유치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도리와 두꺼운 점퍼로 중무장한 채 한 손에는 '원룸'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온종일 자리를 지켰다.






세입자를 잡기 위한 호객행위도 마다치 않았다.

집을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쭈뼛거리며 둘러보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주인 A(68)씨는 "학교 정문에서 300∼400m 거리라 가깝고 지금 들어와도 당장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내부도 깔끔히 정돈돼 있다"며 "월세는 매달 20만 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고 매달렸다.

어렵게 설득한 대학생을 자기 집에 먼저 데려가겠다며 종종 실랑이를 벌일 만큼 이들 사이에 세입자 유치전이 치열했다.

몰려드는 대학생들 덕에 여유가 넘쳤던 과거와 달리 지방 대학가 원룸이 최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 원룸이 대거 신축됐고 대학 구조조정 여파로 대학생과 중국인 유학생까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몇년 사이 최신식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학생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기숙사 증축에 나서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영향이다. 학생들이 기피하면서 특히 노후한 원룸이나 하숙집들은 더욱 설 땅을 잃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대학가 주변에 원룸이 계속 들어서면서 세입자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노후 원룸들은 월세를 반값으로 깎아주거나 보증금을 아예 안 받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비용보다는 주거 환경을 더 따지는 젊은 대학생들의 마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건물주 B(70)씨는 "예전에는 입학하기 전부터 방을 보러오겠다는 대학생들의 문의 전화로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직접 밖에서 붙잡아야 겨우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주의 한 국립대 주변 원룸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0달치 방값을 작년보다 20만원가량 내렸지만 여전히 일부 원룸은 공실이 발생해 집주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고층 건물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비견될 정도로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서울 대학가 원룸촌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다방'을 운영하는 업체 스테이션 3가 조사한 결과 전국 대학가 50곳 중 서울권 대학의 월세와 보증금은 49만원과 1천450만원에 달했다.

과다한 월세 때문에 부모와 대학생의 등골이 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반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방 대학가 원룸은 월세 평균 가격이 32만∼35만원, 보증금 332만~423만원으로, 서울 대학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등록금과 각종 생활비 부담까지 합하면 서울로 올라온 지방학생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지방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울은 대학가에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지방에서는 오히려 세입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대학의 학생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계속해서 지역 대학가 인근에 원룸이 들어서게 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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