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개발에 공헌한 흑인 여성수학자들…'히든 피겨스'

입력 2017-02-21 16:54  

미국의 우주개발에 공헌한 흑인 여성수학자들…'히든 피겨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10년 미국 미주리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 도로시 본은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흑인 차별이 남아있던 시기라 흑인 고등학교를 가서 흑인 대학에 다녀야 했다. 수학을 전공하고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으나 경제적 현실 때문에 교사를 택했다.

버지니아주에서 교사로 일하던 중 그는 햄프턴에 있는 한 연방기관이 비행기와 관련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하는 직무에 여자를 구하고 있다는 광고를 봤다. 지원서를 낸 그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의 새 직장은 미국 우주항공국(NASA) 산하 기관인 랭글리 연구소였다.

흑백차별이 심했던 시기 랭글리 연구소의 흑인 여성 수학자팀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히든 피겨스'(동아엠앤비 펴냄)가 출간됐다.

버스에 백인과 흑인의 자리가 분리돼 있었고 백인 식당은 흑인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 실력을 겨뤄야 하는 연구소에서도 차별은 계속됐다.

이들은 백인들로 구성된 팀과 격리된 채 근무했다. 식당에서도 '유색인 컴퓨터'라는 종이가 놓인 지정좌석에서 밥을 먹어야 했고 '유색인'이라고 적힌 화장실을 써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차별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자신들뿐 아니라 다음에 오는 여자들의 기회까지 박탈된다고 생각해 백인들보다 더욱더 노력했다. 이들 중 한 명인 캐서린 존슨은 훗날 유인우주선의 궤적을 처음으로 계산해 내 훗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랭글리 연구소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을 연구해 온 저자 마고 리 셰털리는 본과 존슨, 메리 잭슨 등 랭글리 연구소에서 일했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에 맞서며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간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숨겨진 인물)를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책을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는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해 호평받았다. 26일(현지시간)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도로시 본 역을 맡은 옥타비아 스펜서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작품상과 각색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달 개봉 예정이다.

고정아 옮김. 416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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