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엘서 개인전 '플레이타임' 열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영상 설치작가인 아이작 줄리언(57)의 개인전 '플레이타임'이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시작했다.
이 전시를 대표하는 영상 작품 '플레이타임'은 프랑스 희극인 자크 타티가 1967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서 따왔다. 원작이 타티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미래의 대도시를 통해 자본주의의 미래상을 보여줬다면, 줄리언의 작품은 세 도시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여준다.
'플레이타임'의 카메라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과 은행의 탈규제 때문에 변화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두바이를 두루 비춘다.
67분 길이의 '플레이타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 아이를 본국에 둔 채 두바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의 이야기다. 건조한 표정의 여성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털어놓으면서 결국 눈물을 터뜨린다. 유리창 밖을 내려다보는 여성의 눈길은 원래 사막이었던 곳에 들어선 화려한 마천루들에 머문다.
작가는 2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의 흐름과 그리고 자본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존재는 자본의 보이지 않는 이동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채널 필름 설치 작업은 줄리언의 특징이다. 그는 이야기를 하나의 화면을 통해 순서대로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촬영 각도와 재생 시간이 조금씩 다른 여러 개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플레이타임'도 7개 채널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플랫폼-엘은 "줄리언은 다채널 필름 설치를 통해 몰입의 힘을 보여준다"면서 "관객들은 영화 관람과는 다른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게 하는 '자본론 오라토리오'(KAPITAL Oratorio)를 선보이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번 전시에도 '자본론' 관련 영상 작업이 포함됐다. 영국 사상가 데이비드 하비와 문화연구 이론가 스튜어트 홀이 2013년 런던의 한 미술관에서 진행한 '자본론' 공개 대담을 촬영한 영상을 재편집한 다큐멘터리 '자본론'(KAPITAL)이 2층 전시장에서 상영 중이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문의는 ☎ 02-6929-446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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