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재출마 피력…"트럼프 정책 지지" 발언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37년째 짐바브웨를 통치 중인 세계 최고령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초호화 생일잔치를 준비하면서 또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22일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수도 하라레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족, 내각 장관, 대통령실 직원 등과 함께 93세 생일잔치를 열었다.
그의 공식 생일잔치는 오는 25일 마타벨렐랜드 남부 마토보 국립공원에서 다시 열린다. 이 파티에는 수천 명의 주요 인사와 정부 관계자, 외교 사절단, 지지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제는 생일잔치가 이번에도 초호화판으로 개최된다는 점이다.
짐바브웨 집권당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무가베 대통령의 생일잔치에 250만 달러(약 28억7천만원)의 비용을 집행한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이에 짐바브웨 야당은 "짐바브웨 국민 93%가 그의 무능력과 실정에 따른 기근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호화판 생일 축하 행사는 해마다 경제난을 겪는 짐바브웨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무가베 대통령의 생일잔치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사라고 공격하면서 연회에 지출한 비용은 무너진 공공병원, 의원, 지역 학교 재건에 사용했어야 한다고 비판해 왔다.
짐바브웨 정부는 매해 생일잔치에서 수천 명의 손님을 위해 교통, 숙박, 음식 등의 비용으로 100만 달러(약 12억원) 안팎의 비용을 써 왔다.
또 코끼리와 임팔라 등의 야생동물을 도축해 음식으로 내놓거나 자신의 생일과 같은 무게의 초대형 케이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의 경우 20여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어 짐바브웨 국민 300만명이 식량난을 겪고 가축 2만 마리가 아사한 터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이에 대해 연회를 주최한 집권당 ZANU-PF은 줄곧 개인들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비용을 댔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집권 연장의 뜻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짐바브웨 국영 TV에 중계된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을 사퇴할 뜻이 없고 "국민은 내가 다음 선거에 나오길 원한다"며 내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에 놀랐다"면서도 "미국인을 위한 미국에 우리가 동의하 듯 짐바브웨인을 위한 짐바브웨"라고 외쳤다.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의 무가베는 1980년 총리중심제의 초대 총리에 올라 정치적 실권을 잡은 뒤 1987년 대통령제를 채택,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해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그는 그동안 후계자나 은퇴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왔다.
앞서 집권당인 ZANU-PF은 지난달 무가베 대통령을 2018년 차기 대선의 집권당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 세력은 무가베의 집권 연장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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