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도피한 용의자 신병인도 요구 가능성도 제기
마카오 거주 김한솔, 말레이시아 행은 중국의지에 달린듯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남 피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북한의 근거없는 비방으로 상처를 받은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며 현지 방문을 독려했다.
22일 현지 일간 더 스타에 따르면 누르 잘란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내무부 차관은 말레이 입국설이 제기된 김한솔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르 잘란 차관은 "만약 한솔이 이미 말레이시아에 와 있다면 그는 보호를 받을 것"이라며 "만약 말레이시아에 오기를 원한다면 외무부 또는 다른 정부 당국과 접촉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나라에서 또 다른 죽음을 원하지 않는 만큼 (만약 온다면) 한솔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현지에서는 김한솔이 아버지인 김정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에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한솔이 한국, 중국, 일본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방문 예고 메시지가 모바일 메시징 앱인 왓츠앱을 통해 확산하자, 현지에서 김정남 사건을 취재 중인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공항 등지에서 그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일부 현지 언론은 김한솔이 당일 저녁 마카오발 쿠알라룸푸르행 항공기 탑승자 명단에 있다고 보도해 소문을 키웠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김한솔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시신 부검과 처리를 담당한 말레이시아 보건당국도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신 인계를 요청한 친족이 없었다고 밝혀, 김한솔이 아버지 시신 인수에 나서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어쨌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잇따른 말레이 수사당국 및 정부 비판 발언으로 현지에서 반북(反北)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누르 잘란 차관은 또 김정일 피습에 관여한 뒤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리지현(33)·홍송학(34)·오종길(55)·리재남(57) 등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의 송환 요청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김정남의 죽음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경찰은 마땅히 수사를 위해 4명의 용의자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북한이 우리를 기쁘게 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북한이 용의자들을 찾지 못했다고 하면 어쩌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북한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은 모친 이혜경, 동생 김솔희과 함께 거주지인 마카오에서 중국 당국의 신변안전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이 '허용'하지 않는다면 말레이시아로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한솔의 말레이시아 행(行)은 중국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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