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성명글서 "최악의 반유대주의 정부"…백악관은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유대주의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미국의 유대인 단체가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에 강하게 물들어 있다며 질타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에 따르면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AFC) 사무국장인 스티븐 골드스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성명글에서 "그(트럼프)와 그의 관리들이 몇 주간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고 반유대주의를 반영하는 일들을 생략한 후에 그는 생색을 내려고 한심한 '강조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찾아 미국 내 유대인 시설을 향한 테러 협박이 "끔찍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며 미국인의 단결을 강조한 것을 겨냥한 성명이었다.
대통령의 날인 20일 하루에만 미 전역에서 10여 개 유대인 시설이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유대인 묘지에선 100여 기의 비석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골드스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언이 "자신의 행정부를 감염시키는 반유대주의의 암에 있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저의'를 의심하며 백악관과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대주의를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골드스타인은 "백악관은 홀로코스트 추모에서 계속 유대인을 언급하기를 거부했다"며 "실수하지 마라. 이번 행정부에서 나온 반유대주의가 그동안의 행정부에서 본 것 가운데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AFC는 별도로 트위터에도 글을 올리며 "대통령은 생색을 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유대인을 이용하지 마라. 백악관에서 반유대주의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고 썼다.
백악관은 AFC의 성명을 반박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 성, 피부색 때문에 공격하는 사람들을 맹렬히 비난했다"며 그동안 나라를 통합하는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더욱 거세진 인종 간 갈등을 완화하고자 흑인박물관을 찾았지만 '통합을 위한 행보'를 놓고 의심을 눈초리로 대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몇 번의 기자회견에서 유대인 사회 내 깊은 우려를 부른 위협을 비난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반유대주의를 비난했지만 그의 동기를 두고 의문은 끊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AFC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와 제휴한 단체로 안네 프랑크의 아빠인 오토 프랑크가 1959년 설립했다. 본부는 뉴욕에 있고 로스앤젤레스에도 사무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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