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이 제시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념이 있다. 영국의 어느 마을에 누구나 양을 먹일 수 있는 목초지가 있었다. 양치기들은 풀의 양은 생각지 않은 채 저마다 많은 양을 끌고 와서 풀을 먹였고 결국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실험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조슈아 그린은 또 다른 목초지를 제시한다. 여러 부족이 공유하던 목초지에 먼 지역의 부족들이 이주해 왔다. 그중 한 부족은 이 목초지가 그들의 신이 그들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부족은 조상들의 고향이었는데 여러 세대 전에 이곳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또 한 부족은 검은 양이 흰 양과 한울타리에서 자면 안 되는 규칙이 있었고 또 다른 부족은 여자들이 밖에서 귓불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관습이 있어 다른 부족과 갈등을 빚었다.
그린은 이 목초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공유지의 비극'에 빗대 '상식적 도덕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그는 오늘날의 여러 갈등이 바로 이 '상식적 도덕의 비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옳고 그름'(시공사 펴냄)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나'와 '우리'가 맞서는 문제다. 해결책은 도덕적 감정이다. 공감과 사랑, 우정, 감사, 명예심, 수치심, 죄책감 같은 감정들은 우리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앞세우도록 한다. 한마디로 '양심'이라는 도덕을 따르면 문제가 해결된다.
'상식적 도덕의 비극'은 '우리'와 '그들'의 대결이다. 어떤 부족은 집단주의적이지만 또 다른 부족은 개인주의적이다. 어떤 부족은 위협에 공격적으로 반응하지만 또 어떤 부족은 조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부족들은 서로 다른 지도자와 문서, 제도, 관습 등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한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부족들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공정한지를 편향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
저자는 '상식적 도덕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심' 같은 직감적인 반응에 의존하기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고차도덕'(metamorality)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부족 안에서 도덕이 판결을 내린다면 고차도덕은 부족 간의 도덕이 경합할 때 판결할 수 있는 세계적 차원의 도덕철학이다.
책은 고차도덕으로 공리주의에 주목하고 어떻게 공리주의가 상식적 도덕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살핀다.
'행복을 공평하게 최대화'하는 것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는 유일한 도덕적 진리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모두가 합의에 이를 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원제 Moral Tribes. 최호영 옮김. 624쪽. 2만7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