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곤 前국제형사재판관 "태영호 증언, 김정은 단죄에 중요"

입력 2017-02-22 11:01   수정 2017-02-22 17:34

권오곤 前국제형사재판관 "태영호 증언, 김정은 단죄에 중요"

"ICC에서 처벌하려면 '김정은 지시' 입증할 내부자 증언 필요"

"김정남 피살 사건, ICC가 관할하는 범죄 유형은 아닌 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유엔 구(舊) 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을 지낸 권오곤(64) 전 재판관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단죄하려면 태영호 전 주 영국 공사와 같은 북한 고위직 출신자의 증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의 ICC 회부가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권 전 재판관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에게 자행된 인권 침해가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이냐, 다시 말해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을 해당 범죄와 링크(연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ICC 재판에서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재판관은 "북한 내부자를 통해서 그런 '지시'(김정은 지시)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태영호 씨 같은 사람이 증언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은 그러나 이번 김정남 사건 자체는 ICC에 회부할 수 있는 범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범죄나 인도에 반한 범죄 등 ICC가 관할하는 범죄의 유형은 아닌 것 같다"며 "ICC 관할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 전 재판관은 다만 이번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적 행위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ICC가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 전 재판관은 "체제수호를 위해 '성분'이 나쁜 사람을 제거하는 등 국가정책에 따라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 및 범죄가 이뤄지고 있고, 그런 공격 과정에서 개별 범죄가 행해지고 있다"며 "그런 것을 (ICC가 관할하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요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전 재판관은 김정은을 ICC에서 처벌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착실히 수집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법은 북한 당국의 인권범죄를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기록·축적하고, 3개월마다 법무부에 설치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권 전 재판관은 "정부 차원에서 수집한 자료들이 ICC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에 맞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탈북민에 대한 청취조사 과정에도 법률 전문가가 참여해 조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 전 재판관은 "집단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면서 마치 틀에 맞춘 것처럼 비슷한 진술이 나와 증거로서의 증명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 재판관은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1년 2월 한국인 최초로 ICTY 재판관으로 임명돼 작년 3월 말까지 15년간 재직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ICTY 부소장을 역임했다.

ICTY 재판관으로 있는 동안 옛 유고연방의 보스니아 내전 당시 대량학살을 자행한 1급 전범이자 정치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징역 40년 선고)를 단죄한 바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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