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안보관 확실히 밝혀야…정세현 머릿속 회로 어떻게 깔렸나"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배영경 이슬기 기자 = 범여권에 속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22일 문재인 전 대표 측 정세현 전 통일장관이 김정남 피살사태를 두고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한 발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표의 국정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정 전 장관의 발언을 고리로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대선후보군에서 독주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표단·4개 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정 전 장관의 언급을 "망언"이라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대한민국 역사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며 우리가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고 한 것은 충격"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 등 과거 한국 정치사에서의 사건들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정책위의장은 "백주에 공항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을 독살한 반인륜적 행위를 비판하기는커녕 정치의 불가피한 속성으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라면서 "고모부(장성택)를 공개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하는 김정은 정권을 대한민국과 비교하는 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분이 문재인 대선 캠프 자문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고 했는데 정세현 전 장관과 안보관을 같이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는) 말로만 안보 이야기를 하지 말라, 사람 보는 안보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영입 1호 표창원 의원, 안보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중도에 하차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에 이어 정세현 전 장관까지, 사람 보는 안목이 '실패 3종 세트'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안보관을 확실하게 국민에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장관을 지낸 정 전 장관이 망언을 내뱉었다"면서 "이분의 머릿속 회로가 어떻게 깔렸나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황당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한 분이 (문 전 대표 측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문 전 대표의 왜곡된 대북인식에 국민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책을 보좌하는 주변인사까지 이 모양이니 만약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문 전 대표는 당장 정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 전 장관은 거취를 분명히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안보자문 그룹인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을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행사장에 걸린 태극기가 행정자치부의 태극기 게양법과 다르게 반대로 걸려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경숙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실무진의 실수라고 넘기기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큰 둑도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며 "태극기 게양 방법도 모르는 문 전 대표 측이 '진짜 안보'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다. 애국의 마음으로 태극기 바르게 게양하는 방법부터 바로 알기를 충고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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